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명예로운 공인회계사 대표의 길



증권부 지민구 기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잇따른 부실감사 문제로 회계업계 전체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대기업 총수 일가와의 유착 등 회계업계의 윤리적 문제까지 함께 불거지며 비판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계업계에서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푸념도 나온다.

회계업계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 오는 22일 1만8,469명(올해 3월 말 기준)의 공인회계사가 속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다.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기업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아우르고 조율해야 하는 자리다. 실추된 회계사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것도 차기 공인회계사회장의 몫이 됐다.


후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회계업계는 한국회계학회장을 지낸 이만우 고려대 교수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2파전’으로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직능단체장과 달리 공인회계사회장은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이다. 바꿔 말하면 회장이라는 ‘자리’ 외에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다행스럽게도 이만우·최중경 후보는 당선되면 다른 곳에서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명예직이어서 겸직을 해도 무방하다. 이만우·최중경 후보 모두 교수라는 본업이 있고 지난 2014년부터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효성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두 후보는 차기 회장에 당선돼도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장직과 사외이사 업무 수행에서 이해가 충돌할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얼토당토않은 말은 아니다. 공인회계사회장 자격으로 본인이 사외이사직을 맡은 기업에 대해 회계법인을 상대로 ‘갑질’하지 말고 엄격한 감사를 받도록 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데는 고개가 갸웃거린다. 더구나 부실감사 문제가 기업과 회계법인의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이어서 독립성 논란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기업 쪽에서 보수를 받는 공인회계사회장이 감사수수료 현실화 등의 현안과 관련해 기업에 강하게 의견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한금융지주와 효성의 201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사외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출석한 두 후보는 모든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기업에 제 목소리를 냈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두 후보 모두 회계사의 명예 회복과 공익 증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했다. 명예와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회계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과감한 자기 혁신이다. 회계업계를 대표하는 공인회계사회장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두 후보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mingu@sedaily.com

지민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