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의원 복당 여부를) 물어보자는 비대위원들의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친박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꾸려진 비대위원들이 유 의원 복당을 스스로 결정했는데 친박들이 무슨 큰 절차적 하자가 있는 듯이 몰아가느냐는 반박인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친박계 3선·재선 의원들이 혁신비대위의 결정에 대해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조직적 반발에 나선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또 친박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과 관련해 “그래 봐야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는 혁신비대위 결정을 놓고 친박들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혁신비대위원들이 유 의원 복당 문제를 차기 지도부로 넘기는 것에 대해 굉장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비대위 회의가 대체로 진지하게 진행됐는데 복당 문제를 매듭짓는 것은 비대위가 해야 할 일이고 (결정을 차기 지도부로 미루면) 비대위의 존재 이유가 없고, 나중에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한 비대위원의 주장에 나머지 비대위원들이 공감해 결론이 빠르게 났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회의 과정을 지켜보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도 별말씀이 없었다”며 “나는 얘기 안 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아주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걸쳐 복당 문제가 결정됐다”며 비대위 결정에 하자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당시 회의에서 ‘당일 결정’과 ‘다음주 결정’을 놓고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일찌감치 한쪽이 과반(6표)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원내대표는 “투표용지를 확인해보니 5장의 찬성표가 연달아 나왔고 6번째는 반대표가 나와 7번째 용지를 확인했는데 찬성으로 나와 (가결 기준인) 6표를 넘어 나머지 용지는 확인할 필요조차 없어 폐기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 등 탈당파 복당에 비대위원 1~2명을 빼고는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비대위 결정이 사전에 교감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된 게 없다”고 부인했다. 정 원내대표는 “(복당 결정이) 이렇게까지 빨리 날 줄은 회의에 참석한 나도 몰랐다”며 “오죽했으면 즉석에서 종이를 잘라 복당 문제를 바로 결정하느냐, 아니면 다음주에 하느냐를 묻는 투표용지로 썼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표결 연기 주장을 “중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던 자신의 발언이 다소 지나쳤다고 사과하면서도 “비대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을 무시하고 덮은 게 나중에 알려지면 회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고 정당성을 역설했다.
다만 친박계와의 파열음이 커져 당내 계파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계파청산’ 선봉을 자임했던 자신의 입지도 좁아지는 만큼 조만간 수습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고 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정 원내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김 위원장을 접촉해 당무 복귀를 종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오늘(17일) 전화를 드렸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어 직접 통화를 하지는 못했다”며 “찾아뵙고 노여움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해 적극적인 수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