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4차 산업혁명' 넋 놓고 바라만 볼 것인가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AI 등 원천기술 조기확보 절실

혁신형 산업 생태계 조성하고

창업활성화 등 정부 지원 통해

패러다임 전환기 주도권 잡아야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연일 화두다. 정부와 언론은 물론 학계까지 나서 미래 변화상을 나타내는 상징적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18세기 후반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과 전기와 컴퓨터가 이끈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쳐 또다시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좁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생산·제조 혁신으로, 넓게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자동차 등 기술혁신이 가져올 경제·사회적 변화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해야 할까. 지난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향후 5년간 약 7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단순·반복노동뿐 아니라 지적노동까지도 인공지능 등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은 최근 인공지능 알파고 등장과 맞물리며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노동시장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산업·경쟁구조의 전면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지난 한 세기 이상 글로벌 산업경쟁은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과 상품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그 주도권이 노동·생산경쟁력을 갖춘 후발국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글로벌분업구조에 기반을 둬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될 첨단 생산·제조혁명은 이러한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에 철수했던 일부 전통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인 미국의 리메이킹 아메리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신산업구조비전 등 종합전략을 가지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그 이유는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새로운 산업 지형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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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물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핵심 미래기술 선점에 주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를 초연결·초지능·대융합의 사회로 바꿔놓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더 가볍고 강한 소재, 더 빠른 연산능력, 그리고 인간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등 다양한 기초·원천기술들을 요구할 것이다. 이들 분야는 여전히 초기 연구단계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조기 핵심·원천기술 확보 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는 분야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적 역량결집과 함께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자율주행·스마트케어·웨어러블 등의 핵심 키워드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폭발적인 스타트업의 기회를 만들 것이다. 그야말로 실험실의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거대한 자본투입과 설비구축 없이 시장으로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의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 산업 전반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전통적 제조업의 기반 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첨단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혁신형 중소·창업기업이 조화롭게 산업생태계를 조성해나가야 한다. 정부도 혁신 클러스터 조성, 창업 활성화 방안 추진 등 관련 정책 지원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조선·해운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과 끝 모를 경제성장률의 하락에 대한 처방도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이라는 변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당장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 처방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이고 근원적 시각에서 우리 사회와 사업구조 전반을 재조망해봐야 한다. 과거 1차 산업혁명 초기 기계 확산을 거부했던 러다이트 운동의 실패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산업혁명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주체가 될 것인지, 대상이 될 것인지 우리의 노력과 전략에 달려 있고 그 결과가 미래세대에 미칠 파고는 너무나 크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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