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지하철 ‘여성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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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란 등 중동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하철이나 전철을 이용할 경우다. 여성들이 억압받는 사회로 알고 있었는데 그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성을 배려하기 위한 여성 전용칸. 이란은 지하철과 전철 모두 여성칸과 남성칸이 나뉘어 있다. UAE도 마찬가지다. 두바이에서 남성이 무심코 지하철 ‘여성칸’에 탔다가는 벌금을 무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인도와 이집트·파키스탄은 물론 멕시코·브라질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여성칸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곳은 일본이지 싶다. 2000년 게이오 전철이 취객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려고 여성칸을 만든 게 시초다. 현재는 도쿄·오사카의 지하철과 기차 대부분에 여성칸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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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패 사례도 많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4년 전 여성칸을 도입했으나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자 없앴고 대만에서도 2006년 타이베이 전철에 운영하다가 3개월 만에 폐지했다. 독일·영국은 민간 철도에서 도입을 추진했다가 남성 차별 논란이 일어 무산된 케이스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실패국이다. 1992년 인천·수원~의정부 노선 열차 양 끝을 여성칸으로 지정해 시범운영까지 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아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다. 2007년·2011년·2013년에 추진된 서울·대구의 시도도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몬다”는 반발에 밀려 없던 일이 됐다.

부산교통공사가 다시 지하철 여성칸 실험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22일부터 도시철도 1호선에서 출퇴근 시간대에 ‘여성 배려칸’을 운영하기로 했다. 3개월간 시범 운행해본 뒤 정식운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하철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등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해볼 만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타이밍이 좋기는 한데 반발이 만만찮을 것 같다. 석 달 뒤 부산 지하철의 결정이 벌써 궁금해진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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