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문정동 H공인 대표는 “재건축 연한이 아직 남은 (송파구) 아파트에도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재건축 투자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개포 아파트가 너무 오르자 송파구 등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열흘 새 호가가 15%가량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부동산 업소끼리도 ‘아슬아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개포동 등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시중 뭉칫돈이 서울 송파구·강동구 등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송파·강동구 등에서 재건축 연한이 되지 않은 단지와 중대형 평형도 매도 호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반포동에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3.3㎡당 6,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현지 중개업소들도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을 할 정도다. 단기간 급등한 가격 탓에 ‘가격 거품’ 논란도 커지고 있다.
◇ 반포에서 3.3㎡당 6,000만원 아파트 등장=핫 플레이스인 강남구와 서초구는 요즘 말 그대로 난리다.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3.3㎡당 6,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나왔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신반포 한신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분양권이 최근 21억원에 매매됐다. 오는 8월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의 공급면적은 114㎡로 공급면적 3.3㎡당 가격은 약 6,100만원이다.
강남·서초구 가격이 상한가를 치자 뭉칫돈이 송파구와 강동구 등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 재건축 연한을 2년 앞둔 4,494가구 초대형 단지인 송파구 올림픽훼미리타운아파트의 경우 중대형 평형까지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면적 136㎡까지 호가가 9억6,000만원에서 20일에는 호가가 11억원까지 상승했다. 실제 거래 건수도 월 2~3건에서 6~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불과 열흘 전 9억6,000만원이던 호가가 10억, 10억5,000만원을 거쳐 오늘 아침 11억원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개포동에서 송파·강동구로 뭉칫돈 이동=송파구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잠실 우성아파트(1·2·3차)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9억원 후반대에서 거래되던 전용 96㎡의 호가는 불과 2주 만에 10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개포동 재건축 단지의 가격 오름세를 목격한 집주인들이 기준금리 인하라는 호재까지 겹치자 호가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는 탓이다. 이처럼 치솟은 가격에도 매수를 원하는 수요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인근 W공인의 한 관계자는 “우성아파트의 매물은 아예 싹이 말랐다고 봐야 한다”며 “급등한 가격에도 매수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워낙 많아 매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타면서 3.3㎡당 3,000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강남3구 중 송파구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3,000만원 이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 5월27일 3.3㎡당 2,861만원에서 3주 만에 2,911만원으로 3,000만원에 육박했다.
◇ 커지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품 논란=시중 뭉칫돈이 강남권 주택시장 전반에 유입되면서 거품 논란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물량 과잉공급, 주택담보대출 강화 등으로 시장침체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이 안전자산에 속하지만 불과 몇주 새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강남권 주택값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금리 인하 이후 시중 유동자금이 강남·서초를 넘어 송파 등 다른 강남권 지역까지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가격 거품 논란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고분양가 책정과 투자 과열 현상을 보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해 “이상 과열 현상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유·정순구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