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국민투표 D-1] "브렉시트땐 파운드화 20%이상 폭락" 소로스 '검은 금요일' 경고

1992년 英-獨 통화 전쟁으로

파운드화 15% 폭락 아픈기억

"영국인 대부분 더 가난해질것"

소로스 기고서 트라우마 자극

조지 소로스조지 소로스




24년 전 영국이 겪은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의 기억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막는 방파제가 될까.


외환투기의 귀재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85·)가 20일(현지시간)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 파운드화는 지난 1992년 검은 수요일 때의 15%보다 훨씬 더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3일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귀결되면 24일은 영국외환시장에 검은 금요일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소로스는 1992년 9월16일 영국과 독일이 유럽 내 주도권 싸움으로 통화전쟁을 벌이자 자신의 회사인 퀀텀펀드를 통해 100억달러 이상을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했다. 소로스의 베팅으로 파운드화는 이날 하루만도 15%나 폭락하며 런던금융시장이 초토화됐다. 소로스는 이를 통해 불과 일주일 만에 10억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영국은 이 사건으로 유로 전 단계인 유럽통화동맹(ERM)에서 탈퇴해야 했으며 영국 중앙은행(BOE)은 일개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굴복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당시 영국 국민들은 투기꾼이 혈세를 가로챘다며 분노했지만 소로스는 이후로도 승승장구했다.




소로스는 영국 유력지 가디언에 게재한 ‘브렉시트는 당신들을 더 가난하게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브렉시트로 결정되면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하고 낙폭은 1992년 검은 수요일 때보다 커 2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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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24년 전 영국인들의 상처 난 자존심에 불을 지르듯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급락에 베팅한 투기세력은 큰돈을 벌겠지만 영국 유권자 대부분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자신의 예측에 외환투자자로서의 60년 경험을 걸었다.

그는 또 “많은 영국인이 브렉시트가 개인적 재정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면서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다면 파운드화 가치가 당장 급락해 모든 가계에 타격을 주고 금융시장과 투자·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로스는 1992년 검은 수요일 이후 BOE가 금리를 인하해 이후 영국 경제가 이득을 봤지만 이번에는 그 같은 효과마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브렉시트로 검은 금요일이 닥쳐도 영국의 경상수지적자 규모가 커 BOE가 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별로 없다”며 “영국 수출업체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파운드화 하락의 이점을 살리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 1992년 당시 영국 금리는 10%에 달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절반 수준인 5.5%로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었지만 현재는 금리가 사상 가장 낮은 0.5% 수준이다.

소로스는 “영국 국민이 투표 전에 브렉시트 결과를 알게 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라며 “EU 탈퇴는 보통사람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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