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1만8,000여명을 대표하는 차기(43대) 한국공인회계사회장으로 최중경(사진)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선출됐다.
최 신임 회장은 22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6개 지역에서 진행된 공인회계사회장 선거에서 4,911표 중 3,488표(득표율 71.02%)를 얻어 이만우 고려대 교수와 민만기 전 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을 제치고 당선에 성공했다.
최 신임 회장은 당선 일성으로 “기업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계법인이 기업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나 어려운 부분에 대해 조기 경보를 울릴 수 있다”며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 신임 회장이 우선으로 꼽는 제도적 개선 방안은 회계법인의 감사보수 최저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최 신임 회장은 “기업에 대한 외부감사는 국가 경제와 직결된 공적 영역이기 때문에 보수의 최저 수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부동산 가치를 매기는 감정평가사가 토지의 규모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수를 받게 돼 있는 만큼 이를 참고해 제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 업계는 최근 잇따른 기업 분식회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기업의 ‘보수 후려치기’에 따른 외부감사의 품질 저하로 보고 있다. 기업이 보수를 낮게 책정하면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할 수 없는 만큼 부실감사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 신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부실감사 회계법인 대표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전면 재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회계법인 대표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은 최근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가까스로 통과했다”면서 “직접 부실감사를 하지 않은 회계법인 대표를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증권제도과장을 지낸 최 신임 회장이 금융당국 후배 공무원들과 정반대의 의사를 나타낸 셈이다. 최 신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경제부처 수장까지 지냈으며 행정고시 합격 전인 1978년부터 약 1년 동안 삼일PwC에서 근무했다.
또한 회계사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투자와 대기업 총수와의 유착 등 도덕적 해이 문제와 관련해 최 신임 회장은 “내부 정보 비밀 엄수는 회계사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의사 등도 모두 해당 되는 문제”라며 “전문직의 전반적인 도덕성 문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선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인회계사회 선출직 부회장으로는 장영철 후보가 뽑혔고 나철호 후보는 감사에 선출됐다. 최 신임 회장을 비롯한 선출직 임원의 임기는 2년으로 오는 2018년 6월까지다.
한편 공인회계사회 임원 선거의 전자 투표 도입, 입후보 요건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년공인회계사회의 요구 안건은 공인회계사회 총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법원은 청년공인회계사회가 공인회계사회를 상대로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