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익법인 기부금 稅폭탄 사라지나

조세재정硏 공청회

"의결권 제한 등 조건 땐 비과세 한도 상향 고려를"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를 운영해 큰 재산을 모은 황모씨는 지난 2002년 장학 활동에 써달라며 모교 아주대에 수원교차로 주식 90%를 기부했다. 2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이었다. 이 돈으로 설립된 장학재산은 아주대와 KAIST 학생에게 6년간 60억원의 장학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2008년 세무당국은 황씨 앞으로 14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했다. 현행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특정 내국 법인의 주식 5%(성실공익재단 10%)를 초과해서 받으면 초과한 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공익법인제도 개선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이같이 선의의 기부자에 대한 세금 폭탄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공청회는 정부의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대외 의견수렴 차원에서 열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3만4,000여개에 이른다.


황씨의 사례에서 보듯 그간 국내법상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액 비과세 한도(총 주식의 5%)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은 증여·상속세 비과세 한도가 20%이고 일본은 50%이다. 독일은 아예 없다. 주제발표에 나선 윤지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의무지출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공익법인 주식 기부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높이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며 “1994년 이전 수준인 20%선으로 환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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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재산을 출연할 때 의결권을 포기한다는 전제에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면 혜택을 사후에 박탈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출연 재산에 대한 의무지출 정도를 설정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지출을 하는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세 혜택의 일부를 환수·제재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에 맡기는 공익법인의 세무 관리를 국가 아래에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윤 교수는 “이 같은 제도가 지금껏 국내에서 없던 것이기 때문에 전면 실시보다는 점진적으로 중장기에 걸쳐 도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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