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신공항, 지역 갈등 넘어 상생 계기로

우윤석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

반목 부추긴 정치권·시민단체

정치논리 휘둘린 정부 반성 필요

'혈세 절감' 합리적案 나왔으니

소모적 갈등 대신 화합 힘써야

우윤석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우윤석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


그동안 영남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을 정쟁의 소용돌이로 휘몰았던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가 발표됐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가덕도냐 밀양이냐 하는 이분법적 논의가 주도적이었으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공항운영·경제성·접근성·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을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은 지난 2011년 지역 갈등으로 신공항 건설 자체가 무산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5개 지자체가 중립적인 외국 기관의 용역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함으로써 시작됐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회사인 프랑스 ADPi에 용역을 의뢰하고 1년에 걸친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이 도출됐다. 이번 ADPi가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으로 독립 활주로를 건설하고 접근성 제고를 위한 연계교통망을 대폭 확충할 경우 단순한 기존 공항의 확장이 아닌 신공항 수준으로 탈바꿈할 것이 기대된다.

사실 김해공항 확장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내심 공감한 바 있다. 항공 수요 증가로 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을 논의할 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대안은 기존 공항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선 공약이라는 무게감과 유치를 열망하는 지역 정서 때문에 정당한 대안의 하나로 공론화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신공항 입지 결정을 앞두고 부산과 밀양에서 개최된 지역집회에서는 시민단체 대표라는 사람들의 ‘삭발식’이 거행됐고 지역 유치가 무산될 경우 ‘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협박성 구호까지 등장한 바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입지 선정을 추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도 언제나 그래왔듯 지역 민심에 편승해 ‘긴급 호소문’이라는 이름으로 갈등을 부추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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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14개 공항 중 흑자를 내는 곳은 김포·제주·김해 공항에 불과하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건설한 울진공항은 수요 부족으로 공항으로의 역할을 하지도 못한 채 비행훈련원으로 사용되고 있고 다른 지역 공항들도 KTX와의 경쟁에서 밀려 막대한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공항 건설이 정확한 수요 추정이나 공항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정치공학적 논리에 따라 단골로 등장한 공약과 그에 호응하는 지역 민심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간 영남권신공항 논의 과정에서 가덕도냐 밀양이냐 하는 유치 갈등이 모든 이슈를 지배하는 바람에 영남 지역의 항공 수요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된 만큼 영남 지역은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한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새롭게 건설될 김해공항이 영남 지역 전체의 번영과 지역주민의 행복을 견인할 수 있는 거점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역 차원에서 희생하고 노력할 어젠다가 무엇인지, 공항을 지원할 배후시설과 인프라는 어떻게 갖출 것인지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항 확충에 소요될 사업비는 영남권 주민만이 아니라 온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돈이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반성도 필요하다. 합리적인 대안 제시가 아니라 정치 논리와 지역 정서에 휘둘려 신공항 건설 추진과 백지화를 반복한 것은 관료집단의 눈치 보기와 다름없다. 인천공항을 서비스 세계 1위 공항으로 일궈낸 노하우를 가지고 외국의 공항 건설 및 운영 관련 컨설팅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해왔음에도 정작 우리나라 공항 건설의 타당성 검토는 다른 나라 업체에 용역을 맡겨야 했던 것도 부끄러워해야 할 점이다.

이제 그간의 판단 착오와 소모적인 갈등을 덮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공항 개발에 모두 협력함으로써 국민 누구나가 지역 간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한 모범적인 사례로 영남권신공항 입지 선정을 언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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