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귀족노조에 뿔난 일반노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억대 연봉 받고도

임금 37% 인상 요구·세무조사 청원까지…

일반노조 "회사 전체 위기로 내모나" 반발



억대 연봉을 받고도 30%가 넘는 엄청난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고 나선 대한항공 조종사들에 대해 일반 노조가 화가 단단히 났다. ‘조종사노동조합’이 대폭 인상을 해달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에 나서는 등 사측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 회사 전체까지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일반 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조종사노조가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등 의혹에 대한 조사를 청원하겠다며 발표한 성명서에는 구체적인 근거 없이 추측에 따른 무책임한 주장만이 남발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근거 없는 루머가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여론화되면 그 여파는 경영진뿐 아니라 대한항공 소속 2만여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다른 노조에 막대한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종사노조는 중국계 항공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잇따라 오는 등 몸값이 높아지자 37%, 금액으로는 무려 5,000만여원에 이르는 임금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지난 2월부터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1만2,000명에 이르는 대한항공의 일반 노조는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 12월 1.9% 임금인상에 합의를 마쳤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연간 평균 급여는 1억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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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노조는 임금인상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이달 13일부터 1,200여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세무조사 청원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회사 측이 0.01%의 양보도 하지 않아 세무조사 및 불공정거래, 일감 몰아주기, 재산 빼돌리기 등의 의혹에 대한 조사를 청원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통상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가 이뤄질 경우 오너 일가뿐 아니라 회사 경영활동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일반 노조는 이런 점을 우려해 “전문 직무를 수행 중인 조종사가 다른 직원들을 볼모로 임금인상 등을 압박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조종사노조와 별개로 700여명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조종사새노조’ 또한 이달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세무조사 청원 등 조종사노조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종사새노조는 “새노조의 창립 기조가 조합원, 나아가 전체 조종사의 권익향상임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노조는 대표교섭 노조로 소수 노조를 존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긴밀한 협의와 준비 없이 자체적으로 투쟁만 벌이고 있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조 회장도 최근 “조종사노조와의 임금협상을 1만명이 넘는 일반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조종사들만 특혜를 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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