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국내 증시의 삼성전자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나 주가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늘어나며 지나친 삼성전자 의존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상승 랠리를 이끌 또 다른 대형주들이 등장하지 않는 한 국내 증시가 박스피(박스권 코스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장중 145만원까지 치솟으며 전날에 이어 또다시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종가는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한 144만5,000원에 마감했지만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12%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0.46%)을 크게 웃돈다.
연이은 주가 상승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184조7,164억원에서 지난 21일 207조196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무려 22조원 넘게 불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71%에서 16.47%로 뛰어오르며 지난해 4월10일(16.83%)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총 2위인 한국전력(015760)의 시총 비중이 3%에 불과한 것과는 비교된다. 또 코스피 200개 대표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 내에서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무려 20%까지 늘었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변화가 곧 코스피지수의 등락으로 이어지는 동조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21일 기준 0.6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0.45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지수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뜻한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에서도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부각되며 삼성전자 실적으로 인한 착시현상도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코스피 상장사 213곳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개월 전 32조5,026억원에서 현재 33조584억원으로 1.71% 상향 조정됐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25조8,095억원에서 25조9,005억원으로 0.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다른 종목군은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집중된 실적 상향 조정의 흐름은 다음달 초 예정된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실적 기대감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증시의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삼성전자와 쌍벽을 이루던 현대차(005380)의 부진 속과 신성장동력의 부재 등 삼성전자의 뒤를 이을 만한 마땅한 종목군이 보이지 않는 게 우리 증시의 현실”이라며 “삼성전자 의존도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상장사들의 실제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삼성전자의 실적이나 주가에 따라 지수가 움직이는 착시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