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4년 만에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추진되면서 매년 반복되는 땜질식 재정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빡빡한 예산을 짰다가 다시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갈지(之)자 재정정책으로 경기도 못 살리고 나랏빚만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매년 추경을 하기보다 아예 예산안부터 일정 수준 확장 편성하는 쪽으로 재정정책의 근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 재정정책은 ‘나랏빚 늘리기=죄악’이라는 대전제 아래 짜였다. 일본과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훌쩍 뛰어넘는 국가부채로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여기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눈덩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정부 목표는 경기부진을 우려하는 정치권과 정부 안팎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면 부랴부랴 추경을 편성해 확장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 2013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당초 5.1%로 계획됐지만 경기침체와 세수결손 등의 이유로 17조3,000억원의 추경이 실행되면서 실제 증가율은 전년 대비 7.3%까지 높아졌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2014년에는 1.9%로 둔화됐다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여파로 11조6,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지난해에는 다시 8.1%로 크게 높아졌다. 올해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추경을 포함한 전체 예산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추경이 편성되면 또다시 증가율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정부가 건전재정과 경기부양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긴축→확장→긴축→확장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경기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진다는 점이다. 반복적 추경으로 예산의 내실도 떨어진다. 편성지침 발표부터 부처 요구안 제출, 심의 등 6개월 이상 걸려 결정되는 본예산과 달리 추경은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편성돼 임시방편으로 쓰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정책이 갈팡질팡 행보를 계속한다면 경기악화가 심화하며 ‘세수부진→재정적자→재정 건전성 악화’로 경기와 재정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며 “역설적이게도 향후 몇 년간 확장재정을 펴야 경기도 살고 재정 건전성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