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C650스포츠 시승기 1편(아직 안 읽으셨다면 클릭)에서 ‘쌩초보’ 시절의 아찔한 기분을 다시 겪고 나니 체력이 급저하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산정호수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둘러봅니다.
사실 여유를 즐기기엔 호수 바로 옆 조그만 유원지(산정랜드)가 너무 시끄럽더군요. 딱 월미도 유원지 느낌이었어요. 대학 시절 엠티 이후 처음 찾은 산정호수였는데, 기억을 되살릴 틈도 없이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파주 마장저수지가 훨씬 조용하고 좋습디다.
여우고개에서 간이 쪼그라들고 바이크도 넘어뜨린 날이었지만, 이상하게 더 달리고 싶었던 저는 청평으로 향했습니다. 북한강변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나 한 잔 하고 싶기도 했구요.
그렇게 또 40~50분을 달려, 북한강변에서 잠시 사진도 찍어봅니다. 무더운 날이었지만 워낙 편의 기능이 많은 차인지라 두유바이크용 사진도 이리저리 찍습니다.
편의성을 볼까요. 클래식 바이크를 타는 저로선 그저 모든 게 신세계일 따름이었죠. 우선 수납공간. 핸들바 아래에 왼쪽-오른쪽 수납함 두 개가 있습니다.
오른쪽은 휴대전화, 지갑, 기타 자잘한 물건들을 넉넉히 넣어둘 수 있는 크기입니다. 왼쪽도 비슷한 크기에 더 깊숙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500㎖ 페트병 하나 정도는 그냥 들어갑니다. 게다가 핸들락을 걸어두면 왼쪽 수납함도 같이 잠기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시트 아래의 수납함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무려 풀페이스 헬멧 두 개가 들어가는 사이즈인 데다 만듦새도 엄청 세심합니다.
처음에는 열어보고 헬멧에 상처 생기지 않게 잘 감싸주라고(?) 만들어놓은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안쪽의 스위치를 누르면 바닥이 스르륵 내려가면서 비로소 풀페이스 헬멧에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이름하여 ‘플렉스케이스(Flexcase)’라죠. 이게 2016년식 C650에 처음 들어간 기능은 아니지만, 저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깨알팁 하나 더. 플렉스케이스의 바닥이 낮춰진 상태에선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전 산정호수에 가기 전날 나름 C650 사용설명서를 읽어보긴 했지만 설레는 마음에 대충 훑어봤나 봅니다. 결국 진땀 좀 뺐습니다. 산정호수에서 출발할 때 시동이 안 걸려서 정말 놀랐거든요. 아까 정말 살살 넘어졌는데 ‘설마’ 를 외치며 10분여를 허둥지둥대다 혹시나 싶어 시트를 다시 열고 플렉스케이스 바닥을 올려줬더니 귀신같이 시동이 걸리더랍니다.
사이드스탠드를 내렸을 때도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건 조금 불편했습니다. 사이드스탠드를 올린 다음 까치발인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야 하니까요. 물론 클러치를 잡을 필요도 없는 스쿠터지만 전 초보 나부랭이라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윈드실드입니다. 편하죠. 바람도 막아주고 날벌레 방어도 가능하니까요. BMW C650의 윈드실드는 아래 나사 모양의 버튼을 돌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이드미러는 접어둘 수 있습니다. 전 사이드미러를 접을 수 있는 바이크는 C650이 처음이라 매우 매우 신기했습니다. 다만 윈드실드와 닿아서 완전히 접혀지지 않더군요.
그리고 열선 기능이 적용돼 있습니다. 핸들과 시트 모두에요. 핸들 열선과 운전자 열선은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도록 핸들바에 버튼이 달려 있고, 탠덤자도 알아서 조작할 수 있게 탠덤시트 오른편에 버튼이 있습니다.
6월 초 선선한 밤에 켜봤더니 은근 따뜻하고 좋더군요. 겨울엔 큰 힘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래저래 한참을 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BMW C650스포츠의 제동력에 대해서도 할 말이 적잖이 생겼습니다. 흔히들 BMW 바이크를 두고 “바이크를 잘 타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바이크”라고들 하는데, 훌륭한 브레이크 성능이 큰 몫을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최고 제한속도로 달리다 피치 못하게 급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도로라 신호가 그리 짧을 줄 몰랐거든요. 제동거리가 다소 짧아 보여 난감했는데, 그런데! 칼같이 정지선 앞에 멈춰 설 수 있더군요. 앞바퀴엔 듀얼 브레이크 디스크, 뒷바퀴에 싱글 브레이크 디스크가 하나 더 적용된 덕분입니다.
그리고 또 본의 아니게(…) 도로에 흩뿌려진 모래 위를 지나치게 됐는데, ABS가 제 기능을 발휘해준 덕분에 ‘핸들 털림’도 거의 없이 안전히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한 6시간 달리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단 생각이 드네요.
산정호수 라이딩을 다녀와서 그냥 쉬면 될 것을, 몇 시간 쉬다가 또 밤 마실까지 나갔습니다. 워낙 잘 달리면서도 편한 바이크다 보니 정말 집중적으로 몰아 탄 거죠. 스쿠터는 그 편안함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한남대교도 달리고 24시간 맥도날드에서 야식도 챙겨 먹고, 이리저리 또 사진도 찍어 봅니다.
BMW C650스포츠의 가격은 1,590만원입니다. 비싸지만 역시 BMW다, 싶은 바이크입니다. 단순히 BMW라는 브랜드에 로망이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 번 타 보시면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통장 잔고가 좀 있어야겠지만요.
마지막으로 배기음 영상 덧붙입니다. 정차 중에는 진동과 함께 약간 달달거리는 디젤차 소리가 나는데, 속도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순정 상태에선 뭔가 감흥을 주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아크라포빅 머플러로 많이들 바꾸시는 것 같더군요. 네이버 BMW스쿠터 동호회 ‘BMS’에 어느 고마운 분이 음향장비까지 사용해 녹음한 사운드를 올려주셨는데, 들어보니 아크라포빅이 확실히 묵직하고 ‘상남자스런’(?)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전 조용한 배기음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순정대로 놔둘 것 같습니다. 최고의 튜닝은 순정이라지 않습니까. 절대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