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가(家) ‘형제의 난’에서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두면서 롯데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조직을 정비하고 검찰 수사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일본 조직 단속에 성공한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 돌아오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와 경영권 분쟁도 본격적인 ‘제2라운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주까지 일본에 머물며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과 만나는 한편 검찰 수사 대응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주말인 다음달 2~3일께 복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제안한 ‘경영진 해임안’은 주주 과반 의결로 또다시 부결됐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일본 주주들의 확고한 지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월 임시주총 때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롯데홀딩스 지분 28.1%) 외에 지지세력을 규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이뤄낸 경영성과를 현 주주들이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 차례 주총에서 전패했지만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주주제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롯데그룹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현 경영진이 책임 있는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다음 임시주총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특히 검찰 수사 이후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갖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에서 동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주총 이후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늘어나는 등 내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회원들 스스로 현재의 불합리한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 구조를 변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제 갈등이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는 검찰이 내놓을 롯데 수사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롯데 계열사의 인허가 비리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 계열사 비리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을 잡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 신동빈 회장 우세 쪽으로 기울어진 현재 판도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각종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물증을 잡고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 대해 소환조사, 구속 등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설 경우 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실로 밝혀낼 경우 롯데그룹은 ‘집단경영체제’ 같은 새로운 경영 방식을 고안해낼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