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연공서열 타파" 삼성 컬처 혁신 스타트

"수평·실용적 문화로" 인사제도 개편 방안 발표

부장·과장 없애고…

오늘부터 반바지 출근도 OK

7단계 직급 4단계로 단순화

호칭도 'OOO님'으로 통일

회의는 1시간 이내로 줄여

LG·SK 등도 인사혁신 바람

다른 기업에도 확산되나 관심



재계 맏형 삼성전자가 연공서열 혁파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 3월부터 삼성전자에서 이름 뒤에 직급을 붙여 부르는 ‘○○○ 부장님’과 같은 호칭이 사라진다. 대신 직급에 상관없이 ‘○○○님’이라고 부르게 된다. 당장 28일부터는 반바지를 입고 출퇴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삼성에서 시작된 혁신작업이 재계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7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도입을 통한 직급 체계 단순화,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3월 기업 문화 개선을 위한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의 후속 조치로 창의적·수평적 조직문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목표다.


가장 큰 변화는 직급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1, 2, 3)이었지만 앞으로는 직무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CL1, CL2, CL3, CL4로 단순화 한다. 지금까지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 등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4~5년의 연한이 필요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한보다 업무의 폭과 개인의 전문성에 따라 레벨을 달리 평가 받는다. 기존에 차장이었던 인사가 자신의 업무나 역할에 따라 CL4를, 부장이 CL3을 부여 받을 수 있다.

직원 간 호칭도 수평적으로 바뀐다. 공통 호칭은 ‘○○○님’을 사용한다.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영어 이름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팀장·그룹장·파트장·임원은 직책으로 ‘님’을 붙여서 부를 수 있다. 다만 직급이 없는 임원, 부사장급 이상 임원에 대해서는 기존의 직급을 그대로 부른다. 고위직 임원에 대해서까지 호칭에 변화를 준다는 게 기존 한국인의 정서상 어렵다는 의견들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문화 및 보고 문화 개선 작업도 계속된다. 효율적 회의를 위해 회의 참석자 최소화, 회의는 1시간 이내, 전원 발언, 결론 도출, 결론 준수 등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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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보고문화도 생긴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직급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고하는 대신 ‘동시 보고’를 활성화한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보고문화 정착시킬 예정이다.

불필요한 잔업과 특근을 줄이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계획형 휴가 정착에도 힘쓴다. ‘눈치성’ 잔업, 불필요한 습관성 잔업, 특근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연간 휴가계획을 사전에 자유롭게 수립해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휴가 문화를 만들 예정이다. 이날 인사 개편안에는 임직원 편의를 위해 하절기에는 반바지 착용을 가능하게 했다. 즉시 시행으로 28일부터 바로 적용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안을 마련, 내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삼성전자의 국내 대기업 전반에 서열파괴·인사혁신 바람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 및 노동시장 환경 변화 등에서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많은 기업은 인사 문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LG전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진급·평가제도 혁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정기 승진을 폐지하고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마일리지 점수에 따른 승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시기에 신사업에 대한 투자만큼 구시대적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이번 변화가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다른 기업들의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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