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앵무새는 알고 있다?…美서 살인사건 증거 채택 검토

앵무새의 현장 목격 가능성 제기

동물 소리는 증거 채택 불가…신빙성 논란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의 소리가 법정 증거로 채택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출처=구글아프리카 회색 앵무새의 소리가 법정 증거로 채택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출처=구글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물의 소리가 법정 증거로 채택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의 로버트 스프링스테드 검사는 지난해 5월 발생한 살인사건의 증거로 19살짜리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의 “쏘지마” 발언을 채택해 피의자를 기소할지를 고려하고 있다.

앵무새 주인이던 마틴 듀람이 여러 발의 총을 맞아 사망했는데 당시 듀람 옆에는 부인인 글레나 듀란도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처음에 글레나 또한 이 사건의 피해자로 봤지만 그녀가 사건 발생 전에 친척에게 미리 유서를 남긴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살인을 사전에 조작한 것으로 보고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글레나는 당시 총격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고 병원에 실려온 이후 정신을 차렸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듀람이 길렀던 앵무새가 결정적인 사건 힌트를 제공하자 사건은 새로운 전개를 맞았다. 목격자가 없는 이 살인사건에서 앵무새가 듀람과 글레나의 대화를 재연하는 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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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남자의 목소리로 비속어를 섞어 “쏘지 마”(Don‘t f-ing shoot)라는 말을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듀람의 전처로 살인사건 이후에 이 앵무새를 맡아 키우는 크리스티나 캘러틑 “이 앵무새가 전 남편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다”고 주장했고 듀람의 부친인 찰스 듀람도 “앵무새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기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앵무새의 발언을 법적 증거로 채택하기를 요구했다.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앵무계의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의 말을 능숙하게 따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각종 사건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마이클 월시 변호사는 동물의 말을 정확히 입증할 방법이 없어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스프링스테드 검사가 직직접 나서 “매우 흥미롭고 신기한 일이며 아프리카 앵무새에 대해 배우는 큰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사건 현장을 정확히 파헤치기 위해서라면 동물의 소리도 면밀히 검토해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과연 사상 처음으로 동물의 소리가 특정 사건의 법정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이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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