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청주의 한 미용실 업주가 뇌병변 장애인에게 염색 요금으로 52만원을 부당하게 요구한 사건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이 겪은 피해 중 빙산의 일각만이 드러났을 뿐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접수된 장애인 재산권 침해 상담은 1,821건에 이른다 이 중 사기, 횡령 등 재산권 침해가 1,372건으로 가장 많고, 휴대전화·금융 관련 명의도용 272건, 정보 제공 및 정책 건의가 177건이다.
장애인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대표적 유형은 휴대전화 가입과 중고차 구매다. 이런 경우는 명의 도용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식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계약 취소가 쉽지 않다. 차량 구매의 경우 값싼 미끼 상품으로 유혹해 싸구려 차를 비싸게 파는 일이 허다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2급 A(52) 씨는 지난 3월 스마트폰을 장만하러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했다. 복지카드 사본을 계약서에 첨부했기 때문에 대리점에서는 그가 지적 장애인이란 사실을 명백히 알았지만 장애인 요금제를 적용해주지 않고, 오히려 월 요금이 6만5,000원 넘게 나오는 ‘599 요금제’ 계약을 체결했다. 대리점은 최신형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매하도록 했고, 보험까지 가입시켰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A씨의 자녀가 계약 철회를 요청했지만, 대리점은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통사 역시 “계약에 문제가 없다”며 거부했다.
첫 달에만 10만원 가까이 요금이 나왔고, 고정적인 수입도 없는 A씨는 요금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통신사는 위약금 때문에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었던 A씨를 외면했다.
경북에 사는 뇌병변 장애 1급 B(40) 씨는 지난해 8월 170만 원짜리 차를 판다는 중고차 광고를 보고 구매길에 나섰다.
중고차 판매상은 B씨가 문의한 차는 보여주지 않고 늦게까지 계속 시간을 끌다가 1,500만 원짜리 차를 할부로 사라고 강권하다시피 했다.
이미 지친 상태가 된 B씨는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강요에 못이겨 계약서를 쓰고 차를 구매했다.
B씨는 귀가 후 실제 차 가격이 1,000만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기 혐의로 해당 업체를 고소하려고 한 B씨에게 경찰은 “계약서에 하자가 없다”며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할부금을 갚지 못한 B씨는 차를 빼앗기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경제적 착취는 명백히 장애인복지법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신체적 폭력과 달리 증거 수집이 쉽지 않은 경제적 착취의 특성상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가정 안에서 일어난 경제적 착취도 친족 간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토록 하는 형법상 특례인 친족상도례 적용을 받아 현재로선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충주 미용실 사건 이후 장애인 대상 범죄가 논란이 되면서, 장애인 대상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제적 착취를 비롯한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승희 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