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에서 우유 제조사에 공급되는 원유 가격이 지난 2013년 원유가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소폭 인하된다. 원유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우유 가격도 소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격 인하 폭이 예상보다 적고 물류비와 인건비 등 유업계의 기타 부대비용 상승까지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우윳값 인하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본지 6월 16일자 18면 기사 참조
낙농진흥회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올해 낙농진흥회 소속농가에서 구입하는 원유 기본가를 현행보다 18원(1.9%) 내린 ℓ당 922원으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인하된 원유가격은 오는 8월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1개월여 간 생산자 대표와 유업체 대표가 참여하는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구성해 원유가격 조정 협상을 벌인 끝에 우유 생산비 감소와 소비 정체 등 원유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협상 단계에서 이견 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산자 측은 2년 간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가격을 동결했다며 안정적인 생산기반 확보를 위해 16.2원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유가공업체는 수입 유제품과의 시장 경쟁력 확보, 수급 상황, 우유소비 촉진 등을 고려해 19.8원을 내려야 한다고 맞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2013년 원유가연동제 도입 이후 가격 협상 때마다 빚어졌던 낙농가와 유업계의 갈등 없이 무난하게 협상이 타결되고 가격도 처음으로 인하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지난해 인상 유보액(15원)과 소비자물가 상승률(0.7%), 어려운 원유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의안을 도출했다”면서 “예년과 달리 별다른 대립이나 반목 없이 상호신뢰 속에서 원만하게 협상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유가공업체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서 당장 8월부터 우유 가격 인하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유 가격을 내리면 일단 판매량은 늘어나겠지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가격을 낮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금처럼 시장 현실을 외면한 원유가연동제를 고집하는 한 낙농가와 유업계 모두 침체에 빠진 우유산업에서 벗어나기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유값은 뉴질랜드(300원)와 일본(850원) 등 국제 시세와 비교해도 여전히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원유값의 인하 폭이 적어 얼마나 우유 가격을 내릴 여지가 있는지는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우윳값이 최대 50원가량 떨어질 수도 있긴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기에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며 “우유 가격이 원유 가격으로만 산정되는 게 아닌 만큼 8월 전까지 일단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그간 우윳값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꼽혀온 원유가연동제의 허점을 개선하고 원유 가격이 시장논리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원유가연동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처음으로 낙농진흥회 이사회 산하에 소위원회가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