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도 다양한 아이스크림이 있지만 한국식 빙수는 정말 독특하네요. 얼음이 부드럽고 달지 않아서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지난 27일 오전 일본 도쿄 중심가 하라주쿠 인근의 한 빌딩. ‘일본의 홍대’로 불리는 이곳에 이른 아침부터 20여명의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날 행사는 설빙이 일본 1호점 개장을 앞두고 진행한 사전품평회. 매장 안은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설빙의 대표 메뉴 ‘인절미 빙수’가 나오자 이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근 지바현에서 왔다는 회사원 무라카미 나오미씨는 “한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설빙을 그렇게 칭찬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기대 이상”이라며 “정식으로 문을 열면 가족들과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종 디저트 브랜드 설빙이 ‘디저트 천국’ 일본에 매장을 내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앞서 진출한 중국과 태국에 이어 일본으로까지 무대를 넓혀 명실상부한 K푸드의 대표주자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설빙은 일본 도쿄에 도쿄1호점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라주쿠 번화가 한복판에 들어선 도쿄1호점은 204㎡(62평) 규모에 102개의 좌석을 갖췄다. 정용섭 설빙 이사는 “임대료가 한국보다 비싸긴 하지만 인근에 메이지신궁과 지하철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랐다”며 “메뉴 가격은 현지 물가를 반영해 한국보다 20% 정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설빙은 일본 매장의 운영을 전담할 협력사로 스페인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이무쵸를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엠프리오를 선정했다. 이치로 스즈키 엠프리오 대표가 지난해 한국에서 설빙을 접한 뒤 설빙 본사에 사업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 업체 서너곳이 사업제휴를 타진했지만 가장 적극적이었던 엠프리오가 최종 낙점됐다.
이치로 대표는 “수많은 글로벌 디저트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는 일본이지만 설빙은 기존 빙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움과 독창성을 갖췄다”며 “일본에 설빙 매장이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에서 3초에 1개꼴로 설빙 관련 내용이 올라올 정도로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설빙과 엠프리오는 이번 도쿄1호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도쿄에만 6개의 직영점을 내고 2020년에는 일본 전역에 50개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3년 내 일본에서만 연매출 100억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설빙의 경쟁자로 꼽히는 대만 빙수 브랜드 아이스몬스터가 도쿄에 3개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설빙은 일본 진출을 발판으로 삼아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진출한 중국은 19개점으로 매장이 늘었고 태국에서도 6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메뉴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이달 중에는 용량과 가격을 낮춘 테이크아웃 메뉴인 ‘설빙고’를 출시하고 겨울에도 부담 없이 빙수를 즐길 수 있는 이색 메뉴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김동한 설빙 홍보마케팅실 팀장은 “일본 1호점은 글로벌 디저트 시장의 메카인 일본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국내에선 지금처럼 500여개 수준을 유지하고 글로벌 진출에 주력해 토종 디저트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도쿄=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