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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석유·화학, 철강 등 한계업종이 빈사 상태에 빠지고 있다. 과잉공급으로 몸살을 앓는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벌어들인 돈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 여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3년 만에 1,000%대에서 300%대로 곤두박질쳤다.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에 밀린 철강도 지난 2010년 600%에 육박했던 이자보상비율이 300%까지 떨어졌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은행의 '2014 기업경영분석'의 시계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초화학물질 제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11년 1,042.8%에서 지난해 302.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화학물질 제조업은 지난해 매출액이 66조원으로 석유·화학업종(173조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을 만큼 경영이 어려운 상태라는 뜻으로 경영상태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를 밑돌 경우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1차 철강제조업도 이자보상비율이 309.4%로 전체 제조업 평균(412.2%)을 밑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이 포함된 1차 철강제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03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누적된 공급과잉의 부작용이 심각해지기 전에 구조개편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면 석유·화학과 철강업종도 조선업 꼴이 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종의 경우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제품 생산업인 만큼 경제 전반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나마 철강 쪽이야 포스코에 많이 집중돼 있어 구조조정이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대규모 업체가 여러 개여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며 "석유·화학은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수요는 없는데 공급능력은 그대로라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계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