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위 '2년에 한번' 대장 '5년에 한번'... 내시경만 잘 받아도 암 걱정 '뚝'

국내 위암 발병률 OECD 1위

내시경 통한 조기 발견 늘어

사망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

50대 이상 정기 검진 필수지만

'감염 초래' 등 근거 없는 낭설에

검진 시기 놓치는 경우 상당수

내시경학회, 인식개선 캠페인

우수내시경실 인증제 운영 등

신뢰가는 검사환경 조성 나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위암 발병률 1위다. 위는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당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규칙한 식습관에 짜고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음식문화 때문에 위암 발병이 비교적 잦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발병률 1위라는 불명예에도 사망률은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내시경을 통한 암의 조기 발견이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진이지만 아직도 정기검진의 사각지대에서 몸을 방치하는 이들도 많다.

국가 암 검진 권고안을 보면 위암은 만 40세 이상 남녀가 2년마다, 대장암은 만 50세 이상 남녀가 5년마다 받아야 한다. 대장암의 경우 1년 간격으로 분변 잠혈 반응검사를 실시해 이상 소견이 나올 경우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거나 대장 이중 조영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검률은 아직도 절반을 채 넘지 않을 정도로 낮다. 2013년도 국가암검진사업 수검률을 보면 위암 검진을 받은 사람은 전체 대상자 307만9,000명 중 절반 이하(43.7%)였다. 대장암 검진 역시 대상자 246만5,000명 중 27%만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위암과 대장암은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만 받으면 조기 발견으로 완치가 90% 이상 가능하다”며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나 내시경 검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병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상 없어도 2년·5년 정기검진은 필수=위암과 대장암은 50세 이상의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대장암 수술 환자 중 50대 이상이 89.6%를 차지하고 있고 위암 역시 20~40대 환자는 감소하는 반면 50대 이상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내시경 검사가 장내 상처를 유발한다거나 감염을 초래한다는 우려, 내시경 기구 소독에 대한 불신, 진정(수면)내시경 시 사용하는 프로포폴 등이 조기 치매를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오해에 꾸준한 정기검진을 놓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양창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장은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50대부터는 정기적으로 위와 대장 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며 “암을 조기 발견하면 칼로 피부를 가르는 절개 없이도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내시경 점막하 박리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지곤 소화기내시경학회 총무기획 이사는 “현재 위암 검진 방법으로 내시경 외에 위장 조영술도 환자 선택에 한해 함께 이뤄지고 있는데 위장 조영술은 진행성 위암 진단은 가능하지만 조기 위암을 찾아내는 확률은 내시경보다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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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은 아프고 위험? 잘못된 인식 개선 나서=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곳곳에 스며든 내시경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내시경 인식개선 캠페인 ‘위대한 내시경’을 올해부터 시작,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개할 계획이다. 이와 병행해 믿고 받을 수 있는 ‘내시경 검사 환경’ 조성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겠다는 구상이다. 대표적 사업이 ‘우수 내시경실 인증제’ 운영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 2013년 양질의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이를 보증하는 인증제를 도입했다. 의료기관이 자율 신청하면 전문인력이 현장에 나가 내시경 소독 지침 준수 여부, 내시경 전문의 수준 등을 잣대로 꼼꼼하게 평가해 부여한다. 진윤태 학회 내시경질관리이사는 “내시경을 하면 병원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병원균 감염 빈도는 180만 검사당 1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내시경실 소독 상태 등 철저한 질 관리를 통해 ‘우수 내시경실 인증제’를 시행하고 이를 동네 의원 등 전체 의료기관으로 상향 표준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독 수가 등 현실적 문제 매듭지어야=내시경 질 관리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수가 개선 없이 내시경 질 개선에는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류 이사는 “학회가 위탁 받아 진행하고 있는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질 평가 사업을 나가보면 (내시경 검사 건수가 많은) 대학병원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검사 건수가 적고 규모가 영세한 병·의원에서 종종 문제가 빚어진다”며 “내시경 기구를 한 번 소독하는 데 40여분이 걸리고 전세척·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 등 절차도 매우 복잡한데 소독 수가는 별도 산정 없이 ‘0원’이라 영세 병·의원에 이 같은 대학병원 수준의 소독 등을 요구하면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학회는 내시경 소독 문제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니 만큼 ‘소독 수가 신설’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내시경 질 관리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3년 치 내시경 소독 원가를 산출한 결과 내시경 1회 소독 시 1만5,000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 측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1만5,000원선의 소독 수가 신설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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