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적된 노하우로 질 높은 창업 일구는 ‘전통의 강자’ 연세대
신촌 ‘창업’ 바람의 선두주자는 연세대다. 지난 1998년부터 학생 창업 사업을 시작한 연세대는 ‘질(quality)’에 초점을 맞춘 창업보육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올해 초 연세대 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한 동대문 쇼핑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동동’의 이형노 대표는 대학 측이 연결해준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협력사를 소개 받은 것은 물론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투자까지 유치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미래 먹거리가 될 베트남 시장에서 이렇게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학교 측이 지원해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동동처럼 갓 설립된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의 교두보까지 마련한 데는 연세대의 체계적인 창업 시스템과 오랜 노하우가 결정적인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학교는 창업 관련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거나 실제 창업을 할 때마다 점수를 부여해 최고 등급이 되면 원하는 아이템으로 해외 파트너와 사업할 수 있는 ‘창업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관련 수업의 경우, 연세대 창업 지원단이 외부 강사를 모집해 강의하는 과목만 20여개로 대부분 수강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정원이 찰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세훈 카카오 CFO가 교수로 나서 창업하는 과정을 강의를 진행하는 등 필드에서 뛰는 경영진들을 대거 투입해 만족도도 대폭 높였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창업의 수준과 성공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질적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실제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경영학과에서 개설한 창업 교육을 통해 창업에 뛰어든 사회학과 4학년 송명훈(23) 씨는 “실제 창업 과정에 맞게 팀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는 수업 덕분에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수업에서 창업으로 이어지는 ‘어려운’ 과정을 학교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메꿔주면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연대는 특히 학생 창업가들이 주로 겪는 창업 단계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적 보호 장치와 인력 채용, 시장 개척 등을 보완하기 위해 주요 법무법인이나 강소기업들과 MOU를 체결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다.
▲ 지역 공동체와 상생 꾀하는 ‘남다른 창업 밸리’ 이화여대
패션거리에서 스타트업의 산실로 확 달라진 52번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화여대 정문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정희(48)씨는 “이대 앞 상권이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학교와 젊은 창업가들이 합심해 지역에 생기를 불어 넣은 만큼 이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재학 중인 김주현(25)씨는 “여대 앞이라는 특성에 맞게 액세서리 전문점이나 패션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서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창업에 학교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배려한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학생 창업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및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동문의 유기적 관계 극대화하는 신촌 창업 밸리의 ‘신흥 강자’ 서강대
후발주자인 서강대는 공격적인 창업 지원으로 저변을 넓히는 전략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산업현장에 흩어진 동문과의 유기적인 산학협력 구축. 외국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택시요금 신뢰성을 높인 벤처기업인 ‘택시바우쳐’는 동문이 하는 택시회사와 제휴를 맺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이원석 택시바우쳐 대표는 “초창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 큰 힘이 됐는데 동문 선배와 구체적으로 사업까지 진행하게 돼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타트업을 먼저 시작해 성공을 일군 동문 선배의 보살핌은 서강대 ‘창업 밸리’가 갖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세계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시장을 석권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서강대와 사당역에 ‘오렌지팜’이란 학생 창업 보육 센터를 열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투자까지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스타트업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7개 창업 선도 동아리를 선발해 최대 8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전담 멘토에게 집중 코칭을 받는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과 창업교육을 병행하는 것도 서강대에서 중점적으로 실시하는 창업 지원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사다리랩(Lab)’과 ‘불펜’ 등 2단계로 나눠 이뤄진다. ‘사다리랩’을 통해 창업 준비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사무실 임대료 같은 추가적인 비용 없이 안정적인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사다리랩에서 키운 아이디어는 ‘불펜’을 매개로 산학협력이 가능해 상품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서강대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유상근 과장은 “지금은 7개 팀 중 1개 팀만 학생 창업 팀이지만 뛰어난 아이디어와 사업 유망성만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그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구축된 신촌 트라이앵글 창업 밸리에 대해 연세대 창업센터장 손홍규 교수는 “사회적으로는 취업난, 경제적으로는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영상=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