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세법체계에서 20세가 넘은 자녀는 부모의 소득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20세 이하의 자녀 한 명을 두고 연 6,000만원을 버는 아버지는 자신의 종합소득액에서 150만원(자녀 1인 당 연 150만원)을 뺀 5,850만원에 소득세를 매겨 세금을 납부한다. 하지만 자녀가 20세를 넘어가면 소득 6,000만원에 고스란히 소득세를 매겨 납세한다.
그런데 20세가 넘는 자녀 중 소득이 없는 자녀를 소득공제 대상으로 포함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자녀가 20세를 넘으면 대학원을 다니는 등 본인이 돈을 못 벌어도 부모의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 뒷바라지로 가뜩이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세제혜택까지 사라져 부담이 이중으로 늘어났다. 이에 25세 이하 자녀 중 소득이 없는 이른바 ‘캥거루 족’ 은 부모의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해 부모의 세 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세무학회 주최로 열린 ‘2016 세법 개정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서울경제신문이 되짚어 본 결과, 이동식 경북대학교 교수는 “미취업 성인 자녀 등에 대한 종합소득세 기본공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20세 이하인 직계비속만 1인당 150만원을 거주자의 해당 과세기간 종합소득액에서 공제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 상 20세를 넘는 자녀도 대부분이 부모의 지원을 받아 생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녀가 20세만 넘으면 부모가 생활비를 주어도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경제적 실질에 반하는 조치며 소득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과세를 하게 돼 과세원칙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민법상 성인 기준이 20세에서 19세로 바뀌어 현재 20세가 넘으면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며 “미국, 독일 등도 단순히 자녀의 성인 여부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기본공제 대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저출산 정책을 쓰고 있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체계라면 자녀가 많은 부모는 무자녀 부모보다 경제적 부담이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녀를 출산할 때 일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자녀로 인해 증가되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국가가 자녀의 독립이 확보될 때까지 부담해야만 제대로된 저출산 대책이 수립된다고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세부적으로 이 교수는 20~25세 자녀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직업교육 과정인 경우 △병역 의무를 이행중인 경우 △이외 미취업, 질병 등을 이유로 거주자가 직계비속의 생활비를 부담하는 경우 등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20세 이상 미취업 자녀를 둔 부모도 일정 부분 세금 감면 효과를 본다. 부모의 세 부담을 경감시켜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국가와 거주자가 분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교수는 “심각한 청년실업 속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수당 등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그렇지 못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미취업 청년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부모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공제 대상자 확대를 통해 미취업 청년을 경제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거주자(부모)에게 일정한 세제지원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제를 설계하는 기획재정부는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행 세법체계에서 미취업 성인 자녀를 둔 부모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돈을 버는 20~25세 국민도 많은데, 이들 자녀를 둔 부모는 세혜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취업활동을 하는데 오히려 혜택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또 국가 입장에서 자녀의 취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캥거루 소득공제’는 부모에 의지하는 자녀를 많이 양산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세종=구경우·이태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