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 유포 사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2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사망설이 담긴 ‘찌라시(사설정보지)’ 유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사망설 작성·유포세력을 찾는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사건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다는 점에 착안해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에 직접 수사를 맡겼다. 사이버수사대는 찌라시 수사 경험이 있는 수사관과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을 투입해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우선 찌라시 최초 작성자와 이를 유포한 세력을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면 추가 조사를 벌여 주가조작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최초 작성자 등에게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된다. 하지만 증권시장에 영향을 끼치려고 한 의도가 드러나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3시 발표예정. 엠바고’라고 적힌 글이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는 이 회장의 사망설이 돌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장중 한때 8% 이상 급등했다. 삼성SDS의 주가 역시 3.99% 올랐고, 삼성전자(2.08%) 등 삼성 관련주 대부분이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허위정보가 유포된 적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장에 스텐트 삽입 수술을 받은 뒤 2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한편 찌라시는 그 동안 A4용지 5 페이지 내외의 문서 형태로 일정한 주기를 두고 유통됐다. 유통자도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한 ‘여의도팀’, 사채 시장이 주가 된 ‘명동팀’ 등에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 찌라시가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면서 그 속도나 파급력이 커졌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하이트진로 직원 안모(35)씨는 한 대학 동아리 카톡 대화방에서 ‘경쟁사 맥주 창고 소독약이 헹궈지지 않아 가임기 여성에게 위험’ 등의 단문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들어선 옥션 직원이 경쟁사인 쿠팡 직원이 사망한 것을 두고 “강도 높은 야근 탓 에 과로사했다”는 찌라시를 작성해 카톡으로 유포했다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권대경기자 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