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다리 뼈만 있는 삼계탕...학교 급식 천태만상



부실·불량한 학교 급식을 지적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전국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강원도 한 고등학교 학생 A군은 교내에 ‘급식 문제점 및 불만 사항’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A군은 “같은 3,300∼3,500원 급식인데 다른 학교와 양적, 질적으로 차이가 심하다”며 “6월 9일 감자탕에는 뼈가 1개밖에 없었다. 삼계탕이라는 메뉴에는 닭이 없고 다리만…닭봉도 반찬으로 3개가 고작이다”고 적었다. 그는 또 “급식이란 적어도 학생이 먹고 배고프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이 밥을 안 먹으면 그 이유를 생각해 주세요”라고 불만을 호소했다.


학교 측은 다음날 대자보를 떼고 학생회와 급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과거 민간업체가 하던 것을 이어받아 직영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대부분 학생은 급식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유독 판단이 다른 학생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지금도 “급식 상태가 예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 급식에서는 말라 죽은 개구리가 나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전날 점심 급식 과정에서 한 학생이 잡곡밥 속에 청개구리 사체가 말라서 납작한 상태로 들어있던 걸 발견해 1,0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경악케하기도 했다. 또 부산지역 학교 급식에서는 화학응고제를 사용한 두부가 납품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부모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이 사실을 주장한 오은택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은 “천연응고제를 사용하는 두부가 있는데도 올해부터 화학응고제가 첨가된 두부를 아이들에게 제공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개선책마련을 촉구했다.


지난달 말 대전의 B초등학교 학부모 등이 SNS에 급식 사진을 올리며 불만을 표현한 일도 있었다. 사진 속 아이들이 받은 식판엔 소량의 우동과 꼬치 한 개, 수박 한 조각, 단무지 한 조각이 전부였다. 사진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안쓰럽고 안타깝다”며 학교와 교육 당국을 비판하는 글로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학내 비상대책위원회 자체 조사 결과 급식실 식탁, 배식대, 도마에서 기준치보다 수십 배 많은 세균도 검출됐으며 학생 설문조사에서는 ‘밥과 국, 반찬 등에서 머리카락, 휴지,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기도 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파문이 일자 대전시 교육청은 “봉산초 특별감사와 학부모·사회단체 등으로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교육청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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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문제로 속은 끓이지만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지 못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인천 한 섬 지역 초·중·고 통합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2달 전 학교 급식 모니터링에 참여했다가 배식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조리 종사원들이 ‘잔반이 남지 않게 하라’는 지시에 따라 밥과 반찬을 터무니없이 적게 주는 것을 보고 항의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일부 급식 종사자들은 학부모 항의를 받으면 아이들에게 반찬을 던지듯이 주는 등 불친절하게 대한다”며 “교육청이 급식 종사자에게 별도 인성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외 대구에서는 폐기 대상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장기간 일선 학교에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으며, 경북에서도 최근 학교급식소와 업체를 점검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제조 일자를 표시하지 않은 제품을 보관한 16곳이 적발됐다.

교육 당국은 수년 전부터 각종 학교 급식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했지만 해마다 학생, 학부모 지적이 끊이지 않아 향후 지도,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은 3일 “일선 학교의 불량 급식 문제를 해결하려면 낮은 급식비 단가부터 현실화해야한다”며 “위생관리 점검은 교육청이, 처분은 자치구가 담당하는 등 학교 급식 관리체계가 이원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급식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학교가 있으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급식 운영 실태를 샅샅이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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