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벌어진 인질극 목격자들이 당일 테러범들이 인질들에게 코란 구절을 암송하는 ‘시험’을 봤다고 증언했다.
증언은 테러 생존자가 현지 지역방송 ATN뉴스를 통해 인터뷰한 내용으로 당시 식당에는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은 오후 9시20분쯤 허공에 총을 쏜 뒤 식당 종업원에게 모든 조명을 끄라고 지시한 뒤 검은색 천으로 폐쇄회로(CCTV)를 덮었다. 탈출에 실패한 35명 중 다음날 오전 구출된 방글라데시인 하스낫 카림의 아버지는 “인질들의 운명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달려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범들은 코란 일부 구절을 암송할 수 있으면 다시 식사를 하게 하고, 실패하면 인질을 사살하거나 고문했다”며 “구절을 암송한 사람은 살려뒀고, 라마단 마지막 날 식사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2일 새벽 10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테러범 6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
한편 방글라데시 당국이 이번 테러로 경찰관 2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희생자 숫자는 22명으로 늘어났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진압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를 믿는 사람은 이 같은 행동을 할 수가 없다”며 “그들(테러범)은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믿는 유일한 종교는 테러리즘이다”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하시나 총리는 희생자를 기리며 이틀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한편 극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는 1일 밤 지지자들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IS 격퇴전을 벌이는 국제사회를 비난하며 “전투기로 무슬림들을 죽이는 한 그 나라의 국민들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생존자와 테러범을 상대로 정확한 인질극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IS 수뇌부가 이번 테러를 직접 기획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