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과자 전쟁

‘오레오’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과자다. 1912년 뉴욕 첼시마켓의 제과업자들이 만든 회사인 내비스코(내셔널비스킷컴퍼니)가 처음 내놓은 후 지금까지 5,000억개 이상 팔렸으며 현재도 연간 75억개씩 팔린다고 한다. 코코아를 가미한 검은 비스킷 사이에 흰색 크림이 들어 있는 ‘오레오’는 미국인들에게는 일반 명사로 받아들일 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가 생산 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문제 삼으며 “더 이상 오레오를 먹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회자되기도 했다.


그런 내비스코지만 20세기 후반 사모펀드들의 머니게임 속에서 경영권의 부침을 겪는다. 담배회사와 합병해 RJR내비스코로 출범했지만 1988년 대표적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사상 최대규모인 310억달러에 매각된 후 여러 차례 이름과 주인이 바뀌었다. 특히 KKR는 이후 구조조정과 사업부의 무차별 매각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그 뒷얘기를 추적한 ‘문앞의 야만인들’은 유명 경영대학원의 교재로 사용될 정도다.

관련기사



내비스코는 이후 치즈 회사인 크래프트에 합병돼 법인명은 사라지고 여기서 다시 ‘오레오’를 포함한 제과 분야만 떼어내 몬델리즈로 2012년 분사한다. 내비스코를 품에 안은 크래프트는 과자 분야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다. 2010년 영국의 초콜릿 명가로 불리는 캐드베리를 190억달러에 인수한다. 가격을 높여가며 세 차례나 인수제의를 했기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인수 후 캐드베리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 매출이 27% 이상 늘어난다.

몬델리즈의 다음 타깃 역시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쉬’인 것 같다. 지난주 말 뉴욕 증시의 최대 화제는 몬델리즈의 230억달러에 허쉬 인수 제안이었다. 허쉬 주가가 당장 15%나 오르기도 했지만 허쉬 측 이사회가 즉각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그러나 앞서 캐드베리 사례처럼 몬델리즈가 인수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 정도면 ‘과자 전쟁’이라고 얕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