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정말 들어갈 경우 그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산업은 물론 항만업이 치명적 타격을 입는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해운사는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순간 선주들이 계약을 파기해 배를 회수하면서 사실상 파산절차에 돌입하게 된다”며 “이 경우 실업대란 등이 빚어질 수 있는데 정부가 ‘벼랑 끝 전술’을 강요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장 실업 사태는 대규모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해운업 부실에 따라 조선업·항만업 등이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예컨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따라 현재 소속된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동맹 해운사들은 한국 항구에 기항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선주협회는 부산항의 경우 외국 해운사들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연간 물동량 81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가 줄어 직접적으로 5,400여명의 해운·항만업계 노동자들이 실직 위기에 몰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조선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재 조선 ‘빅3’의 노동자는 총 4만4,000여명이며 이 일자리가 절반 가까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게 조선·해운업계의 지적이다.
이 같은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해운업에 대한 지원은 경쟁 국가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머스크에 5억2,000만달러를 지원하고 정책금융기관을 통해서도 62억달러를 대출해주면서 경쟁력 개선에 힘을 보탰다.
독일 함부르크는 2012년 하파그로이드를 지원하기 위해 회사 지분 20.2%를 7억5,000만달러에 매입해줬다. 중앙 정부는 하파그로이드의 채무 18억달러에 대해서도 지급 보증을 서줬다. 프랑스 역시 정기선사인 CMA-CGM에 채권은행은 물론 국부펀드·민간은행까지 총동원해 1조원 이상의 금융 지원을 했다. 일본은 국적선사인 NYK와 K라인·MOL이 1%대 저금리로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외국 선사들은 치킨게임이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금융지원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면서 “우리나라 선사들은 이런 외국 선사들을 상대로 경쟁하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