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6년차 이민영(24·한화)이 1년9개월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암 투병으로 골프인생의 갈림길에 섰던 그는 투어 복귀 후 14개월 만에 완벽한 재기를 알렸다.
이민영은 3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웨이하이포인트 골프리조트(파72·6,146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후반기 첫 대회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로 1타 차 우승(상금 1억원)을 차지했다. 이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이민영은 2014년 10월 이후 21개월 만의 우승으로 통산 4승을 기록했다.
선두에 3타 뒤진 4위로 마지막 3라운드를 출발한 이민영은 버디 6개에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적어 역전승을 완성했다. 4언더파는 이날 출전선수 중 가장 좋은 스코어다. 3~5번홀 연속 버디로 선두로 치고 나간 이민영은 전반에만 4타를 줄인 뒤 후반에 보기와 버디 2개씩을 맞바꿔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시즌 상금랭킹에서도 14위에서 8위(약 2억7,500만원)로 올라섰다. 파3나 파4 홀에서 1m 안쪽 버디만 세 번일 정도로 놀라운 아이언 샷 감을 선보인 이민영은 16번홀(파5)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린 주변 벙커샷을 홀 1m 남짓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는 사이 뒤 조의 2위 펑산산(중국)이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4타 차로 벌어졌다.
이민영은 지난해 암 투병으로 두 달간 필드를 떠나있었다. 3월 대회 출전을 앞두고 배가 이상하게 아파 검사를 받았는데 신장암이었다. 20대 ‘꽃띠’에겐 날벼락과도 같았다. 이민영은 “‘어떡하지’라며 많이 울었다.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누군가를 미워했던 게 후회도 됐다”고 했다. 초기에 발견된 게 천만다행이었다. 수술 뒤 철저한 관리로 빠르게 회복한 이민영은 두 달 뒤인 그해 5월 투어에 복귀했다.
그는 “(투병 뒤) 삶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바뀌어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조바심내봤자 나만 스트레스받는다. 하루 못 치는 것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게 골프를 대하는 이민영의 달라진 자세다. 그는 전국 각지나 외국으로 대회를 나갈 때마다 짬을 내 주변의 명소나 맛집을 둘러보며 투어를 즐기고 있다.
경기 후 이민영은 “식습관이 바뀌었고 운동도 꾸준히 해서 몸 상태는 (투병 전보다) 훨씬 좋다”며 “내 스윙 스타일로는 할머니가 돼서도 골프를 칠 수 있을 것 같다. 투어 생활을 오래 하면서 여러 나라도 가보고 즐기고 싶다. 참 좋은 직업 같다”고 했다.
세계랭킹 12위인 중국의 에이스 펑산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했다. 첫 이틀간 선두를 달렸던 장하나(24·비씨카드)는 5타를 잃어 7언더파 4위로 밀려났다.
이 대회는 KLPGA와 중국여자프로골프협회(CLPGA)가 공동 주관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운영하는 중국 골프장에서 금호타이어가 4년째 개최한 대회다. 각 투어 소속 61명씩에 스폰서 추천선수 4명이 출전했다. KLPGA 투어가 해외에서 외국 투어와 공동으로 치른 역대 16개 대회에서 모두 한국선수가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