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 회계 사기를 저지른 의혹이 제기된 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고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대우조선 최고경영자(CEO) 소환은 앞서 소환조사를 받았던 남상태(66·구속)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이 살펴보고 있는 대우조선 회계사기 범행 기간 중의 CEO 두 사람이 모두 소환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에 출두한 고 전 사장은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그는 ‘회계 자료 조작을 지시한 목적이 뭐냐’는 질문에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영 성과를 잘 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지난 2012∼2014년 대우조선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해양플랜트·선박 등 각종 사업에서 원가 축소 및 매출액 과다 계상 등 수법으로 5조4,000억원대 회계 부정을 저지른 혐의다.
대우조선은 2013년 4,409억원, 2014년 4,711억원 흑자를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7,784억원과 7,429억원 적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적자가 흑자로 둔갑하면서 실제로 지급돼서는 안 됐을 2,000억원대 성과급(2013∼2014년)이 임직원에게 지급되기도 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경영 성과를 부풀리려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검찰은 고 전 사장 재임 기간 중 회계 조작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김모(61) 전 부사장의 조사를 통해 “고 전 사장이 회계 사기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