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인 우주탐사선 ‘주노’호가 5일(한국시간) 목성 조사 임무 개시를 앞두고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심우주탐사에 나선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미미한 전기로 약 5년간 28억㎞가량을 비행한 뒤 다시 20개월간 첨단 탐사장비를 작동시키는 초저전력 기술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다.
4일 미국 우주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주노는 최초로 핵연료전지 등의 도움 없이 태양광발전만으로 심우주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노가 목성 궤도 주변에서 태양빛을 통해 얻는 발전량은 최저 500w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헤어드라이어(소모전력량 1,500w 안팎) 1대조차 돌리기 힘들며 가정용 주방 핸드믹서(〃 500w 안팎) 1대를 겨우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다.
나사는 1만8,600여개의 셀로 이뤄진 태양전지판을 3조각의 날개(총 표면적 약 50㎡)로 나누어 주노 몸체에 장착했다. 각 태양전지판의 발전효율도 대폭 개선해 흡수한 태양빛의 30%에 육박하는 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지구 궤도를 비행할 무렵에 주노가 태양빛으로 발전한 전력량은 1만2,000w였다. 하지만 태양전지판에 닿는 태양빛의 양은 태양에서 멀어지는 거리의 제곱근에 비례해 감소하므로 2배 멀어지면 발전량은 4분의1배, 4배 멀어지면 발전량은 16분의1배로 줄어들게 된다는 게 나사 측 설명이다. 목성~태양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보다 약 5배 멀기 때문에 목성 궤도에서 주노의 발전량은 1만2,000w의 약 25분의1인 약 480w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주노는 이런 저전력으로 영하 약 180도의 목성 궤도에서 동파되지 않도록 장비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목성의 속살을 해부할 각종 첨단 감지장비와 로봇·통신장비 등을 작동시키도록 제작됐다. 기본 탑재 장비만 해도 적외선·자외선 분광기 및 분광복사계, 전자파 및 플라즈마파 실험기, 자기력측정계, 극초단파 방사계, 에너지 입자 감지장치 등 어마어마하다. 나사와 함께 주노를 제작한 록히드마틴은 500w 안팎의 미미한 에너지로도 이 같은 기기들이 작동할 수 있도록 초저전력 설계를 하는 데 성공했다. 나사는 앞으로 목성보다 훨씬 먼 토성 등의 탐사에도 태양광발전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는 무인기 등에 태양광을 이용하는 기술 등을 최근 개발했지만 아직 심우주를 탐사할 수 있는 수준의 저전력 에너지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태양광발전과 저전력 기술을 더 연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순한 궤도 탐사가 아닌 행성이나 위성 착륙 후 탐사를 위해서는 핵전지 등을 이용한 기술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목성의 달(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20㎞ 안팎의 지표 얼음을 뚫고 지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의 바다를 조사하려면 핵에너지 열로 얼음을 녹이는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우주항공업체 스톤에어로스페이스가 유로파 등을 겨냥해 개발한 수중탐사 무인로봇 ‘인듀어런스’호에 대해서도 이런 시나리오로 탐사 전략이 짜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핵연료의 확보다. 현재 나사 측은 우주탐사로 쓸 수 있는 플루토늄 등 핵연료 물질의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플루토늄238을 공급하는 방안을 나사와 협의하고 있으나 최종 결과는 미지수다. 플루토늄을 확보한다고 해도 핵전지 생산과 관리에는 엄청난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심우주를 조사할 착륙탐사선들의 개발·운용에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인해 핵연료 고농축과 활용에 제한이 있어 핵연료를 활용한 심우주 탐사선 개발이 한층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