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임금 15만2,050원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연구직 조합원의 승진거부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평균 연봉 1억원의 고임금도 모자라 승진 여부까지 노조에서 좌지우지하겠다니 회사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조는 협상장에서 퇴장을 거듭한 끝에 돌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협상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금속노조 총파업을 전제로 파업수순을 밟아왔다는 의혹을 자초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노조가 파업을 일삼으면서 취약한 국내 공장의 존립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에도 현대차 해외공장의 생산·판매실적은 2010년에 비해 70%나 급증한 반면 수출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26.8시간이 걸리는 반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14.7시간에 불과하다. 이런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도 해외 공장 건설은 물론 생산량까지 일일이 노조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윽박지르고 있으니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내 공장을 돌릴 이유를 찾기 힘든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보호무역주의와 신기술 등장으로 치열한 경쟁구도에 휘말리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올해 813만대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전사 차원에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도 노조가 상급단체의 정치투쟁에 호응해 파업을 강행한다면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잖아도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량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해외 공장의 생산량은 올해 상반기 중 150만대를 돌파하면서 꾸준히 늘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