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정위의 전문성 부족 드러낸 CD금리 담합 무혐의

공정위원회가 또 한번 헛심을 썼다. 공정위는 6대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을 심의한 결과 ‘사실관계 확인 곤란’을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사실상 무혐의 처분이다. 일방적인 패배다. 상임위원들은 사무처에서 제시한 담합 근거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채팅방 대화에서의 실무자 간 대화 내용도, 이자율 변동이 경직돼 있다는 지적도, 발행금리를 높게 유지하려 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반면 은행 측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였다. ‘단군 이래’ 가장 긴 시간인 4년을 조사한 사건치고는 허망한 결말이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 사무처가 전문성을 갖췄더라면, 그리고 금융당국과의 협의만 했더라도 이토록 오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모든 것을 외면했다. 금융감독원이 “CD 금리의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반발하고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가산금리를 이용하면 되는데 굳이 금리를 조작할 필요가 있겠냐고 지적했음에도 모두 무시됐다. 그동안 은행은 범법자 취급을 받았고 시장은 장시간 혼란에 방치됐다. 후유증도 발생하고 있다. 당장 금융소비자원이 은행에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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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무혐의로 결론 난 뒤 공정위는 “금융 관련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공정거래법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앞뒤가 바뀌었다. 시장작동 원리를 모르고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올 들어 면세점 환율 조작과 관련해 과징금 ‘0’원을 부과한 것이나 대형마트 명절 선물세트,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끼워팔기 담합 의혹 등에 잇따라 무혐의 결정이 나온 것도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법을 적용하다 생긴 결과였다. 공정위가 전문성을 보강하지 않는 한 헛발질과 혼란은 언제나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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