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일 절박한 위기감을 호소하며 개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할 수 있다”고 외쳤던 그가 이번에는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체된 사업 실적, 풀리지 않는 인수합병(M&A) 등 산적한 악재를 돌파할 최태원식(式) 혁신이 가속화할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최 회장은 7일 공개된 SK㈜의 ‘201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 1950년대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5년이었지만 지난해는 15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 수명이 단축된 것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혁신 기술 출현에 따른 치열한 생존경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보고서는 지난해 SK㈜가 SK C&C와 통합한 후 내놓은 첫 보고서다.
지난해 8월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은 최근 잇따른 개혁 예고를 전파하며 전 임직원을 바짝 죄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계열사 최고위 임원 40여명을 모아놓고 ‘서든 데스론’을 제기하며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10월까지 구체적인 변화·실천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연이은 메시지를 통해 자신부터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조직문화 혁신에서 M&A, 사업 재편에 이르는 굵직한 개혁안이 하반기 중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했다.
올해 창립 63주년을 맞은 SK는 지난해 포춘 500대 기업 중 64위에 오른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번 보고서는 그룹의 5대 성장 동력인 정보기술(IT)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분야 청사진도 제시했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자체 인공지능(AI) 생태계 조성, 클라우드서비스 확대, 독자 신약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LNG 사업을 연간 500만톤 규모로 키우는 등 주력 사업의 규모도 확장한다. 이를 통해 2020년 그룹 연매출 200조원, 세전 영업이익 10조원(SK케미칼·SK가스 포함 일부 계열사 제외) 시대를 열 계획이다. 이 가운데 ICT·바이오 신사업으로 달성할 매출만 5조원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요즘 뼈를 깎는 혁신 없이 안주할 경우 목표 달성은커녕 당장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한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주력 제품인 D램의 시황 하락 속에 올 상반기 주춤한 모양새다. SK텔레콤은 야심 차게 추진하던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틀어지는 등 계열사들이 줄줄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SK 혁신의 일환으로 SKMS(SK Management System) 철학을 새삼 강조하며 그룹의 고도 성장기를 재현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1979년 SKMS를 고유의 기업 문화로 체계화한 이래 SK는 에너지·통신 분야에서 잇따른 M&A를 성공시키며 재계 4대 기업의 기틀을 갖췄다. 최 회장은 “SKMS에 기반을 둔 시스템 경영을 꾸준히 실천해온 결과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SK는 SKMS에 기반해 지속가능경영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