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붙은 글로벌 산업전쟁] "경기회복 땐 승자가 독식"...구조조정하되 대표기업은 살려야

<3> 新치킨게임 시작된 중후장대 산업

조선·해운 구조조정 터널서

살아남는 기업 막대한 이익

자회사 매각·인력 감축 등

재무중심 대책에서 벗어나

세계시장 고려한 해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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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닷새 일정을 마친 그리스 아테네 ‘국제 조선·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2016’ 현장에서 전 세계 해운업계의 관심은 프랑스 CMA CGM에 쏠렸다. CMA CGM은 지난달부터 1만8,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로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주항로에 이만한 규모의 선박이 투입되기는 처음이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대형 선박은 화물 운송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CMA CGM의 계획은 연기됐지만 그동안 유럽항로에서 벌어졌던 글로벌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이 미주항로에서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선대 규모 기준 세계 3위인 CMA CGM의 행보는 조선·해운뿐 아니라 석유·화학과 철강까지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전반에 걸쳐 불붙은 신치킨게임의 한 사례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이 글로벌 경기침체가 몇 년째 이어진 결과다.

그리고 승패를 가를 열쇠는 전 세계 경기가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 때까지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완수할 수 있느냐 여부다.


가장 치열한 구조조정 작업이 벌어지는 무대는 바다다. 내로라하는 조선·해운 기업들은 치킨게임에서 승리해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인수합병(M&A), 인력·조직 감축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CMA CGM은 싱가포르 선사 NOL을 합병했고 중국 1·2위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COSCO)와 중국해운그룹(CSCL)도 회사를 합쳤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아랍에미리트(UAE)의 USAC를 인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4개(2M·O3·CKYHE·G6)였던 글로벌 해운동맹도 3개(2M·오션·THE)로 재편되며 살아남기 위한 공동 노력을 벌이는 한편 보유선박을 대형화·효율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해운 업계의 글로벌 치킨게임은 승자독식 구조로 연결될 것”이라며 “무슨 방법을 써서든 우리 대표기업들을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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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절벽을 맞은 조선소들의 구조조정은 더욱 힘겹다. 세계 조선 업계 1~3위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국·중국·일본 조선소들은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각각 수천~수만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미 적자를 보면서까지 수주에 매달리던 중국 조선소 수십 곳이 문을 닫았으며 한국도 일부 중견 조선소들의 청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몰두하며 경기가 다시 살아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도태되지만 살아남은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된다. 올해 2월 배럴당 30달러 밑까지 내려갔던 국제유가가 올해 말 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벌써 세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징조도 감지된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해운업의 경우 경기가 살아나면 머스크라인 같은 거대선사들이 경쟁적으로 운임을 올릴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상선·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안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많다. 구조조정이 정치논리에 좌우되거나 업계 특성을 잘 모르는 금융권의 판단이 기업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불거진 청와대의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개입 의혹이 한 예다. 조선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선소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자회사와 사업을 팔고 인력을 잘라 얼마만큼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식의 재무적 내용밖에 안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몇 년 뒤 세계 시장을 주도할지를 고려한 산업적 관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샌프란시스코=김영필 아테네=이종혁 호찌민=이혜진 도쿄=성행경기자 서일범기자 saint@sedaily.com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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