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선한 의도보다 고객에 충실하라

KAIST 경영대학 교수

<24> 사회적 기업의 생존전략

고객이 원하는 것 제공해야 지속 가능

가격·디자인·유통망 등 철저한 분석을

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저는 아프리카 난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그들이 디자인한 소품을 판매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사회적 과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혹은 ‘소셜 벤처’라고 부른다. 보통 사회 문제를 지속 가능한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주로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형태, 취약 계층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 지역 사회를 활성화시키는 형태, 기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의지를 갖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 당부하려 한다.

첫째,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다. 따라서 기업의 생존 방식을 익혀야 한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일반 기업이 이익만 추구하는 곳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익을 추구한다고 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 이상의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한 결과 뒤따라온 것이 이익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기업의 생존 방식이다.


둘째, 제품 중심적 사고가 아닌 고객 중심적 사고가 필요하다. 제품 중심적 사고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많이 언급되는데 특이하게 사회적 기업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사업 아이디어가 고객으로부터 시작한 경우가 아니라 소셜 미션에서 시작한 경우 더욱 그렇다. 고객 중심적 사고란 목표 고객이 특정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할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고에서는 누가 고객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품 구성·디자인·색상·가격·유통망까지 고객 니즈에 맞춰 계획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난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디자인 소품을 만드는 것은 제품 중심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하면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층이 존재하는지, 고객층에 걸맞게 제품화되고 있는지 더욱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저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고객을 기다리기 십상이다.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 성공을 운에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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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제품의 의도만 좋으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적 기업가 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스스로 그런 구매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제품의 선한 의도가 구매를 촉진하는 데 도움은 된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수많은 사회적 기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목적은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사업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결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도 지속 가능하려면 고객을 알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고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선한 의도만 갖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사회 문제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KAIST 경영대학 교수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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