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M아카데미] B2B기업도 마케팅 경쟁력 필요하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고객의 고객'까지 염두에 두고 파생수요 만들어야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모든 기업에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국내의 많은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의 경우 그동안 ‘영업은 있어도 마케팅은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생겨날 정도로 단기적 영업의 개념에만 머물러온 것이 현실이었다.

B2B 마케팅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것으로 소위 말하는 ‘파생 수요’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파생 수요란 어떤 제품에 대한 수요가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의 수요에서 파생되는 현상을 말하며 예를 들어 TV 수요가 늘어나면 TV 부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즉 B2B 기업들은 항상 눈앞의 고객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제품 수요의 근본적 출발점을 인식하고 고객의 고객까지를 생각하는 시장통찰력(market insight)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생 수요를 유발해 B2B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사례로 제너럴일렉트릭(GE) 항공엔진사업부를 들 수 있다.


차별화 포인트 1: 제트엔진 팔고 싶으면 고객사에 비행기 파는 법 가르쳐라

GE 항공엔진사업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제트엔진 제조업체다. 중요한 점은 GE 항공엔진사업부의 수익이 엔진 판매 자체보다 엔진 판매와 연관된 서비스패키지에서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비행기 내부에 어느 회사의 제트엔진을 장착할지 선택하는 주체는 GE의 고객인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가 아니라 고객의 고객, 즉 비행기를 구매하는 항공여객사라는 점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는 항공기 수요가 급증했고 새로운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생겨났는데 GE는 그 신생 기업 중 하나와 제휴관계를 맺고 영업과 엔지니어링,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그 업체에 비행기를 판매하는 방법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영업 방식에 머물러있던 이 신생 항공기 제조업체는 중국 항공사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B2B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수행했고 급성장하는 중국 내 항공기 수요와 함께 더 많은 GE의 제트엔진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GE의 이러한 독특한 시도는 B2B시장에서 파생 수요의 개념을 넓게 인식하고 때로는 고객의 고객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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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포인트 2: 고객의 구매센터를 분석할 것


소비재 시장에서는 제품의 구매 결정 주체가 주로 개인이 되지만 B2B 시장에서는 구매 결정 단위가 매우 복잡하고 고객사 조직 내 많은 부서가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조직구매자의 구매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을 흔히 구매센터(Buying Center)라 부르며 고객사 구매센터의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 등이 중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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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포인트 3: 마켓센싱 역량을 강화할 것

B2B 시장에서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위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마켓센싱 능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켓센싱이란 문자 그대로 시장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고 시장 변화를 따라가며 향후 방향을 예측해 시장을 이끌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켓센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고객사와의 끊임없는 접촉, 기술과 마케팅의 유기적 공조 체제,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와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시장 정보 분석 그리고 이러한 센싱 활동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사내에서 통합적으로 공유하고 관리할 지식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는 시장과 고객의 성격에 많은 차이가 있듯이 B2B 기업은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및 유명 브랜드의 전략을 그대로 흉내 내서는 안 된다. B2B 마케팅은 근본적으로 고객 하나하나에 차별화된 가치와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고객과의 장기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국내의 경우 아직 B2B 마케팅에 대해 학계나 업계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B2B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확산돼 많은 B2B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늘 해오던 관습적 영업이 아닌 깊이 있는 분석과 마케팅 로직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B2B 마케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lhan@hanyang.ac.kr

한양대 MBA 교수진이 앞으로 1년간 M아카데미 코너를 통해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지혜와 알짜 정보를 제공합니다.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은 미래 최고경영자(CEO) 양성을 목표로 한 한양 MBA, 문화예술·의료 등 산업 특화 경영인 양성을 지향하는 프로페셔널 MBA, 2세 가업승계를 겨냥한 글로벌 MBA 등 3개 과정 17개 전공트랙으로 국내 MBA 가운데 가장 세분화된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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