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 새총리 메이, ‘제2 대처’ 아닌 ‘제2 메르켈’ 길 간다

“보수당, 근로자들 편에 서겠다”

차기총리 확정후 기자회견서 일성

원칙 고수 속 보수-진보 균형 추구

자유주의자 대처보다 메르켈과 비슷

노동당선 이글 의원 당대표 도전

사상 첫 1·2당 여성대표 될지 촉각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영국의 앙겔라 메르켈이 될 수 있을까?”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014년 7월25일(이하 현지시간) 메이 장관의 리더십을 분석한 기사의 제목이다. 당시 FT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추구하는 메이 장관이 자유주의자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아닌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을 이끌 차기 총리로 확정된 후 메이 장관이 ‘제2의 메르켈’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메이 장관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이을 후임 총리로 확정된 후 의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소수 특권층이 아닌 영국 국민 전체를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그는 이날 경선 유세에서 “내가 이끄는 보수당은 완전히, 절대적으로 근로자들의 편에 설 것”이라며 “보수당을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FT는 “시장과 자유주의가 아닌 사회와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메이 장관이 대처 전 총리와 거리를 두려 한다”며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가 아닌 사회 질서”라고 평가했다. 메이 장관은 13일 정식으로 영국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메이 장관의 중립적 리더십은 그의 보수당 당 대표 경선 공약에도 나타난다. 메이 장관은 기업 근로자들의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근로자이사제는 이사회를 견제할 사외이사가 있으나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채워지는 현실에 반발한 노동계가 도입을 주장한 제도다. 메이 장관은 또한 연례 주주총회의 경영진 보수안 표결 결과가 구속력을 지니도록 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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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노동권만을 중시하는 좌파 정치인은 아니다. FT에 따르면 그는 1997년 하원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을 당시 “정부 복지 지출 부담이 기업으로 넘어간다”며 최저임금제를 반대한다고 밝혔었다. FT는 “메이 장관이 정책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용성”이라며 “(이 점에서) 메이 장관은 메르켈 총리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전했다.

워커홀릭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점은 메이 장관의 단점으로 꼽힌다. 닉 클레그 전 영국 부총리는 메이 장관의 딱딱한 성격을 두고 “너무 사적인 대화가 없다”며 “지겨운 사람”이라고 비판했었다. FT는 메이 장관이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함께 늘 차기 주자로 불렸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진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메이 장관이 차기 총리로 확정된 이날 야당인 노동당에서는 앤절라 이글 의원이 당 대표직 도전에 나섰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러미 코빈 당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며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메이 장관에 이어 여성인 이글 의원이 노동당 당수 자리에 오를 경우 영국에서는 사상 최초로 보수당과 노동당 양당의 당수를 여성 리더가 차지하게 된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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