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영 전문가와 서적들이 최근 들어 ‘실패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 생활에서 처참하고 재앙적인 실패를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용서가 될만한 변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신생기업을 창업했다가 사업을 접은 사람들은 ‘실패는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뼈아픈 비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시간, 노력, 감정 소비는 물론, 특히 금전적인 손실이 엄청나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창업 후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에겐 예상치 못한 보상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UC버클리의 금융학 교수 구스타보 만소 Gustavo Manso는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은 추후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신규 기업 개발학교(New Enterprise Development) ‘윌리엄과 베티 하이저 William A. and Betty H. Hasler’ 학과의 책임을 맡고 있는 그는 “무조건 창업을 할 필요는 없지만, 실패를 통해 얻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만소 교수는 미국 노동 통계국(The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데이터를 활용, 1979~2012년 5,000명이 넘는 미국인들의 소득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적인 근로자가 창업을 할 경우,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더 적게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창업 후 2년이 채 안 돼 다시 취직을 하는데, 이 기간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만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때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창업 후 2년 내에 폐업한 사람들은 다른 회사에 고용됐을 때에도 받는 연봉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창업 후 2년 이상 버틴 사람은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10~20%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
IT 인력업체 로버트 하프 테크놀로지 Robert Half Technology 의 전무 존 리드 John Reed 는 “대기업들은 창업 경험이 있는 직원들에게 기꺼이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한다.
그들이 제 몸값을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리드에 따르면, 창업 경험이 있는 직원에 대한 대기업 수요가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했다고 한다.
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인재들은 대개 광범위한 업무 역량을 갖춘 경우가 많다.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 빠른 판단력, 제한된 자본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 등이다. 존 리드는 “대기업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오드알엑스닷컴 Ordrx.com의 창업자 데이비드 블룸 David Bloom도 마찬가지였다. 오드알엑스닷컴은 구글과 테크스타스 Techstars로부터 250만 달러 투자를 받았고, 업계에서도 촉망 받는 기업이었다. 직원을 40명까지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 회사는 작년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실패는 블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직원들 월급을 마련하느라 밤을 지새우고, 소프트웨어 제작과 고객 조사 등을 하며 보낸 그 수 많은 시간이 커다란 승진의 밑거름이 된 것이었다. 그는 오드알엑스를 창업하기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상품을 총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작년 말 구직 시장에 복귀한 그는 다우 존스 부사장 직에 올랐다. 연봉은 이전보다 거의 2배나 뛰었다. 블룸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선 얻을 수 없었던 다양한 전문 기술들을 창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며 “신생기업 경영은 매일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교육을 받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블룸은 “창업 경험을 통해 다른 업계 대기업 고위직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헤드헌터들은 새 자리가 날 때마다 블룸과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에서 일해 본 경험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블룸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솔직하고,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정확히만 안다면 인사 관리자들은 실패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용기를 내서 직접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업체를 직접 운영해 보는 건 완전히 새로운 경력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창업 경험이 있는 레이철 호네스 킴 Rachel Honeth Kim의 경우도 그랬다. 킴은 디자이너용 네일아트 스티커를 판매하는 네일드 키트 Nailed Kit라는 신생기업을 1년간 운영했다. 킴은 그 일을 장기적으로 할 만큼 자신에게 열정이 없다고 느껴 사업을 접었다. 킴은 예산, 세금과 관련된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뷰티 잡지에 회사를 홍보하는 일만큼은 굉장히 잘했다.
회사를 접은 킴은 홍보 관련 관리직에 지원했다. 물론 과거에 정식 홍보 관련 훈련을 받거나, 직무를 수행한 적은 없었다(킴은 10년 경력 대부분을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며 보냈다). 홍보 관련 경력이 없었지만, 킴은 300명의 직원을 둔 온라인 급여 위탁업체 구스토 Gusto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하는 고위 관리자로 채용될 수 있었다. 그녀는 이전 회사 급여보다 20% 오른 몸값도 받을 수 있었다. 킴은 “평소 꿈꾸던 일이었다. 창업하지 않았다면 이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의 세 가지 장점
1.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아카데미 오브 매니지먼트 저널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의 연구에 따르면, 나사의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직원들은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얻은 교훈을 더 오래 간직할 수도 있었다.
2. 행복해진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창업가들은 일반 회사 직원들보다 평균적으로 경력과 일, 삶의 균형 측면에서 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3. 경쟁력을 높여준다
제너럴 모터스나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들은 ‘기업가정신’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타이코 인터내셔널 Tyco International의 HR 담당 부사장 제러드 푼케 Jerod?Funke는 “인사 담당자들은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은 인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를 장래의 성공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Jennifer Als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