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롯데 수사 한달] 신규사업·투자 '올스톱'…수뇌부 줄소환에 일반업무까지 마비

엘큐브 후속점포·온라인 물류센터 2호점 지연

유통계열사간 O2O 협력시스템 구축도 중단돼

수사 장기화 땐 유통시장 전반 악영향 우려도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가 한달 째를 넘기면서 백화점, 면세점, 마트, 월드타워, 홈쇼핑 등 그룹의 핵심인 유통부문이 초토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마저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예정된 대부분의 신규사업 및 대규모 투자가 올스톱된 것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등 수뇌부 공백으로 인해 일반 업무까지 마비된 상태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올해 시급 과제였던 유통계열사간 O2O(온·오프라인) 협력시스템 구축도 중단되는 등 유통 공룡인 롯데가 빙하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다.

13일 롯데에 따르면 백화점 마케팅 부서는 전일 월드타워점에서 하반기 전략회의를 열었다. 상반기 업무를 평가하고 하반기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별다른 신규 계획은 도출되지 못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협업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등 올 들어 갖가지 신사업이 논의됐지만 현재는 올스톱 상태”라며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영업 전반에 누수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통부문의 핵심 사업은 전방위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은 서울 홍대 인근에 패션잡화 전문점인 ‘엘큐브’를 열었고, 많은 관심 속에 곧바로 후속 점포를 낼 예정이었지만 롯데 사태로 인해 연내 출점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엘큐브 전문점은 백화점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성장 사업으로, 탄력을 받아야 할 시점에 오히려 추진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백화점과 함께 유통 쌍두마차인 롯데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홈플러스가 매각되면서 2위 도약의 호기가 찾아온데다 이마트의 초저가 공세 속에 강력한 마케팅 대응이 필요했지만 눈에띄는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계열사간 대규모 동반 할인행사로 주목받았던 ‘엘.콕’도 검찰 수사와 맞물려 후속 행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특화 전문점도 지난 5월 ‘룸바이홈키팅’과 ‘로로떼떼’ 등 주방·유아동 관련 2개점을 끝으로 소강 상태다. 올 한해 30여개 매장에 선보이겠다는 공언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역시 온라인시장 강자를 꿈꾸며 올 봄 김포에 오픈한 온라인전용 물류센터도 2호점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롯데마트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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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과 롯데월드타워도 올 업무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생겼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호텔 상장 무산으로 미국 2위 면세업체인 듀티프리아메리카스(DFA)의 인수가 불발되며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이 물거품됐고, 따논 당상이었던 연말 월드타워점 재승인도 여론이 나빠지면서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는 롯데물산 대표가 구속된 여파로 연내 개장에 빨간불이 켜졌고, 실적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역시 경쟁업체인 CU와 GS25가 최근 각각 1만호점을 돌파하는 등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그룹의 후방 지원이 끊기며 8,000여개 매장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사실상 선두권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6개월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롯데홈쇼핑은 이날 대표가 검찰에 재소환되는 등 경영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방송정지가 과다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었지만 잠정 보류했다.

롯데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계열사 협력 관계도 대부분 단절됐다. 올 들어 신동빈 회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그룹 통합 브랜드 ‘L(엘)’ 강화작업과 계열사 간 020 마케팅은 전사적 수사를 계기로 실종 상태다. 올 초 마트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렌터카 수령 시 찾을 수 있는 롯데렌터카와 롯데마트의 참신한 협업 역시 최근 들어 소강 국면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로 인해 그룹의 핵심인 유통 쪽은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놓은 듯한 모습”이라며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롯데는 물론 국내 유통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 같아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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