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고급 외제차로 새벽 시간에 레이싱을 펼친 화이트칼라 폭주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14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회계사 박모(38)씨 등 5명을 구속하고 6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5월~올해 5월까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구간 등에서 심야시간인 오전 1시~4시에 최대 시속 324km로 달리며 속도위반을 하거나 난폭운전을 해 도로교통을 마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정한 지점까지 시속 60km로 운전을 하다 약속한 지점에 들어서면 최고 속력을 내기 시작해 결승 지점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승리하는 ‘롤링 레이싱’도 펼쳤다. 롤링 레이싱은 3~5명이 일정 구간에서 순간적으로 급가속해 도착지점까지질주한 뒤 반환점을 돌아 왕복 레이싱을 하는 경주의 일종이다.
박씨 등은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롤링레이싱’을 하는 동호회 등에 글을 올려 자동차 경주 참가자를 모집했다. 레이싱은 시작 지점인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역 주차장에 동호회 회원들이 모이면 성능이 비슷한 자동차끼리 ‘대진표’를 직접 짜 진행됐다. 경주 경험이 없는 운전자들은 레이싱 차량 뒤에 따라는 이른바 ‘관전차량’에 태워 레이싱 기술을 알려주고 경주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게했다.
경찰은 ‘광란의 레이싱’에 가담한 이들 중 70% 가량이 의사나 회계사, 벤처기업 대표와 같은 화이트칼라였다고 설명했다. 레이싱에 동원된 외제차 중 60%는 1억원 이상이었으며 가장 비싼 차량은 3억5,000만원 상당의 영국산 맥라렌이었다.
이들은 자동차 경주에서 이기려고 불법으로 속도제한장치를 해체하거나 ECU(전자 제어장치)를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1대당 300만원을 받고 자동차 구조를 변경해준 자동차 공업사 대표들 역시 레이싱에 가담한 혐의로 검거했다. 또한 레이싱 도중 사고가 나면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피의자 중 일부가 보험금을 신청한 정황도 포착해 사기 혐의로 이들을 입건했다.
경찰은 자동차 경주로 교통에 위험을 초래하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차량은 몰수해 국가 재산으로 귀속하는 방안을 검찰과 협의 중에 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