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4일 밤 ‘주식 대박’ 의혹에 연루된 진경준 검사장을 긴급체포했다. 진 검사장과 연결된 각종 의혹이 속속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검찰 수사가 관련 대기업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이날 오전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밤 11시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넥슨 주식 매입·매각 과정을 통해 12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과정에 대해 뇌물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 검사장은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그동안 저의 잘못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자수서를 제출했고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모두 밝히겠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검찰 출석에 앞서 지난 13일 주식 매입자금과 고가 리스 차량을 넥슨 측으로부터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진 검사장의 주된 의혹은 2005년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주를 매입한 뒤 2011년 되팔아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과정에 대해서다. 진 검사장은 4억2,500만원의 주식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 ‘본인 자금’ ‘처가에서 빌린 돈’ 등으로 해명하다 자수서를 통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김 회장 역시 13일 소환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
진 검사장은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넥슨 측으로부터 받은 사실상의 뇌물로 판단하고 형사처벌 방침을 정했다. 진 검사장이 제출한 자수서에 대해서도 혐의 인정보다는 ‘해명’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진 검사장 수사 과정에서 처남 명의로 보유한 회사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진 검사장의 처남 강모씨가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 B사는 2010년 7월 설립 이후 한진그룹 계열사 2곳으로부터 130억원대 일감을 수주했다. 관련 경력이 없는 강씨가 신생업체를 세워 대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따내기는 특혜가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09∼2010년 사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탈세 의혹 내사를 진행했다가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종결했던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진 검사장이 사건 무마 대가로 한진그룹으로부터 특혜성 사업 수주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진그룹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겨 재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진동영·이완기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