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인출한 60대 노인이 피해 직전 경찰에 알려 피해를 막았다.
14일 오전 경기도 오산에 거주하는 A(68)씨는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하며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계좌에 든 돈을 모두 찾아 세탁기에 넣어놓아라”고 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성은 휴대전화번호와 생년월일 등을 물으면서 “돈을 세탁기에 넣고 동사무소로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오라”고 지시했다.
전화를 받고 놀란 A씨는 곧장 은행으로 가 부인의 암 치료를 위해 모아둔 8,000여만 원을 인출했다. 집으로 돌아와 돈을 세탁기에 넣으려던 순간 A씨는 ‘이런 상황을 뉴스에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 1시경 수원남부경찰서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경찰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건임을 직감했다. 때마침 인출책으로 보이는 중국인이 A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왜 세탁기 안에 돈이 없냐”고 따졌고 A씨는 경찰의 지시대로 “아내 병원 갈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출책이 돈을 찾으러 A씨의 집으로 올 것으로 판단해 수사관을 A씨의 집에 배치했고, 오후 3시 30분 경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왕모(29, 중국국적)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현관문 비밀번호가 A씨 휴대전화 뒷번호 4자리여서 왕씨가 쉽게 침입할 수 있었다.
체포된 왕씨는 유학생으로 2년 전 입국했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인출책 역할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가 받는 대가는 피해금의 1%로 이번 범행을 성공하면 8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경찰은 왕씨에게 윗선과 연락하게 한 뒤 유인해 이모(35,중국국적)씨도 체포했다. 이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인출책을 하기 위해 20여일 전 관광비자로 입국해 이번이 3번째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절도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인출책 지시에 응했다면 아내의 암 치료비로 모아둔 돈을 모두 떼일 뻔했다”며 “수사기관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돈을 이체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지 않으니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