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4조원 내고 얻는 AIIB 부총재직 뺏겼나? 포기했나?...기재부의 석연찮은 해명

20여일만에 정부 공식입장

지난달 25일 AIIB총재가 유부총리에 휴직 통보 했다지만

AIIB는 휴직 승인 후 일주일 남짓만에 한국몫 佛에 넘겨

韓서 "보직수행 못한다" 알렸을 가능성 있어...의혹 눈덩이

정부가 홍기택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부총재의 휴직 사태가 불거진 지 20여일 만에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정부는 진리췬 AIIB 총재가 지난달 25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홍 부총재의 휴직 사실을 알렸으며 새로 선임될 AIIB 부총재를 비롯한 국장급 채용 인선에서 우리나라 인사가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본지가 최근 입수·공개한 AIIB와 우리 정부 사이의 ‘컨퍼런스 콜(다자간 전화회의)’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여전히 정부가 사태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덮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는 잇따른 홍기택 AIIB 부총재 휴직 사태와 관련된 언론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홍 부총재는 AIIB와 협의해 본인의 일신상 사유로 휴직했다”면서 “지난달 23일 휴직계를 냈고 24일 AIIB 이사회에 보고됐으며 25일 진리췬 AIIB 총재가 유 경제부총리와의 면담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알렸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이어 “정부는 AIIB가 발표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밝힐 수가 없었다”며 “25일 유 부총리와 진 총재의 면담에도 홍 부총재의 거취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기재부의 해명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우선 정부는 자료에서 “AIIB는 부총재 선발은 투명하게 진행하며 사전적으로 특정인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AIIB행정부총재(CAO) 컨퍼런스콜 결과보고’ 문건을 보면 AIIB는 이미 홍 부총재의 보직인 최고리스크관리자(CRO)를 국장급으로 격하시키고 오는 10월 프랑스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로 선임하기로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나와 있다. 문건에 나와 있는 시점, 사건의 전개 과정 등을 감안하면 이 컨퍼런스 콜은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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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밝힌 AIIB가 홍 부총재의 휴직을 유 부총리에게 알린 시점과 컨퍼런스 콜을 통해 후속 인사를 우리 정부에 통보한 시점과의 차이가 일주일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이는 AIIB는 홍 부총재가 휴직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더라도 부총재직을 다시 수행할 수 없다고 사전에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AIIB가 4조3,000억원을 부담한 AIIB 내 지분 5위국(4.35%)인 우리 정부의 입장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국제기구 인사 관례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우리 정부가 강력히 항의해야 할 일이다. 반대로 우리 정부가 AIIB 측에 홍 부총재가 여건상 보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알렸고 AIIB가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면 우리 스스로 부총재직을 포기한 꼴이 된다. 어느 경우에도 정부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전문성 없는 인물을 국제기구에 앉힌 무리한 인사와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부총재직을 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AIIB는 이미 이번 사태 전부터 여러 차례 홍 부총재의 실무 능력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재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 지원을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했다는 폭로성 인터뷰로 홍역을 치르자 AIIB가 이를 문제 삼아 부총재를 교체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이미 우리나라의 위치가 AIIB 내에서 좁아질 대로 좁아져 부총리는커녕 국장급도 쉽지 않다는 관측까지 퍼지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프랑스 부총재가 내정되기 전 AIIB와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답변이 곤란하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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