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달 들어서만 벌써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전체 순매수 규모의 3배에 육박한다. 특히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정보기술(IT)주들을 집중적으로 쓸어담은 반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 등 자동차 관련주들은 대거 팔아치웠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적에 따라 외국인의 선택이 갈렸다는 분석이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86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7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 6일(-4,300억원) 하루를 제외하고는 이달 들어 빠짐없이 연일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만도 2조1,22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달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8,063억원)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외국인은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IT 대장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7월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종목에는 삼성전자(4,191억원)와 SK하이닉스(1,888억원)가 나란히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현대차(-807억원)와 기아차(-786억원) 등 자동차 관련주들을 팔아치우며 대조를 이뤘다.
외국인의 엇갈린 매매 전략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도 서로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에도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로 수급을 뒷받침한 덕분에 장중 152만2,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이날 종가도 전일 대비 1.20%(1만8,000원) 오른 151만8,000원을 기록하며 2013년 6월15일(152만1,000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반면 기아차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시달리며 이달 들어 주가가 3% 넘게 떨어졌다. 현대차도 2%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38%)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하락세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의 쌍두마차인 전자와 자동차 업종에 대해 정반대의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실적 전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개월 전 2·4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2·4분기 8조1,000억원의 깜짝실적을 발표하는 동안 현대차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 1조7,943억원에서 1조6,880억원으로 석 달 새 6% 가까이 줄어들었다. 3·4분기 실적 전망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20% 넘게 상향 조정되고 있는 반면 현대차(-3.89%)와 기아차(-2.69%)는 오히려 눈높이가 더 낮아지고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장바구니에 담거나 덜어낸 종목의 판단 기준은 실적이었다”며 “삼성전자가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원화강세’와 ‘엔화약세’라는 불리한 환율조건과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판매위축으로 하반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동성 확대를 위한 글로벌 정책 공조 등 우호적인 증시 환경이 조성되면서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크로 변수에 좌우되는 외국인 자금의 특성상 브렉시트 이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화되면서 순매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