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격이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자금의 ‘리스크 온(위험선호)’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탓이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원50전 내린 1,133원90전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원90전 내린 1,132원50전에 출발한 뒤 장중 1,130원40전까지 내려앉았지만 ‘1,130원선’에서 눈치 보기가 이어지다가 하락 폭을 일부 만회하며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로써 지난 4월20일 기록한 장중 연저점(1,128원30전)에 근접한 수준이 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식매수에 나선데다 외환시장에서는 엔을 팔고 원을 사는 세력까지 더해져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국내 주식투자는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전자·은행주를 중심으로 4,86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3일 브렉시트 이후 3일간 순매도한 후 29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6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하며 총 2조1,221억원어치를 산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다 유럽·영국·일본 등 주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대한 기대감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오는 29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정책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의 ‘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고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일본을 방문해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를 만난 것이 알려지면서 일본판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인 상태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6엔대로 상승했으며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3시 현재 100엔당 1,073원6전으로 전일 대비 6원84전 하락했다.
중국이 이날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7%로 예상보다 양호했다는 평가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실물경제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위안화 환율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가 다소 떨어진 상태”라며 “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 정부가 개입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시장이 테스트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BOJ의 추가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원·달러 환율이 하락 폭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BOJ 회의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정도로 충분히 완화적이지 않거나 시장의 기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론이 난다면 오히려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며 “연저점인 1,120원대 진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시장에 불안요소가 불거지면 환율이 위로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환율 하락에 베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