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956조1,731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작년 말(919조9,633억원)보다 36조2,098억원(3.9%) 늘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증가액(29조5,753억원)보다 6조6,345억원(22.4%)이나 많은 수치다. 여기에 6월 은행의 가계대출 및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증가액 6조6.174억원을 더한 금액은 42조8,27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예금취급기관 증가액(39조6,423억원)을 넘어섰다. 예금취급기관은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예금 등의 금융기관을 말한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상품도 대부분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을 통해 판매된다.
올해도 가계대출 급증세가 여전한 것은 비은행권 대출이 가파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16조7,991억원 늘면서 증가액이 작년 같은 기간(18조1,555억원)보다 7.5% 줄었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증가액도 5조2,2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0% 감소했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올해 1∼5월 14조1,891억원 급증했다. 작년 같은 기간(4조1,721억원)의 2.4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은행이 올해 2월 수도권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여신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금취급기관으로 분류되지 않는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대부업체 등을 포함하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금융권의 경우 은행에 비해 대출 금리가 높을뿐더러 대출자의 상환 능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에 대해 “과다부채가구나 저소득가구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계 소득증대 및 부채구조 개선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3곳 이상의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대출 규모는 지난 3월 현재 128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7,000억원(14.9%) 늘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금통위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가계대출은 당분간 예년 수준을 웃도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금융감독당국이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구하고 있으므로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