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만득이’고모(47)씨를 19년간 축사에서 강제노역시킨 김모(68)씨가 이르면 이번 주 초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경찰 조사를 받는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피해자 고씨가 최초 발견됐을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던 가해자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다시 조사할 것”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 초가 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지적 장애인 고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등 학대 정황이 있는 김씨에게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씨가 경찰 수사에서 김씨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분명하게 진술했고, 몸에 상처가 있는 등 학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고씨가 19년 동안 강압적인 분위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기간 근무를 지속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고씨의 다리에 있는 수술 자국에 대해 경찰은 김씨가 다쳤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시키지 않았거나 내버려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최근 보험 관리공단에 고씨의 병원 진료기록도 의뢰했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갑자기 사라져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집에 와 축사 창고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여 마리를 관리하는 강제노역을 해왔다.
그는 지난 1일 오후 9시께 주인 김씨를 피해 집을 뛰쳐나와 비를 피하려고 마을 인근 한 공장 건물 처마 밑에 들어갔다가 경보기가 울리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면서 노예와 같았던 19년 삶을 마감, 어머니(77)·누나(51)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청주=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