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항생제로는 치료 불가능한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를 퇴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의 약물을 혼합해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을 개발한 주역은 류충민(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슈퍼박테리아 연구센터장이 지휘한 연구팀이다.
류 센터장 연구팀은 기존의 항생제인 ‘폴리믹신’과 항암제인 ‘네트롭신’을 섞은 약물로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을 사멸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폴리믹신은 원래 슈퍼박테리아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신경 및 신장에 대한 독성이 강해 인체에 제한적으로만 사용돼 왔다. 이에 따라 류 박사팀은 폴리믹신의 농도를 8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부작용을 최소화한 뒤 네트롭신과 혼합하는 대안을 찾은 것이다. 네트롭신은 마치 곰팡이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박테리아인 방선균이 생산하는 물질로서 항암·항생 작용을 한다.
류 센터장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보유해온 토양 방선균 은행으로부터 분양받은 물질을 걸러내 네트롭신을 선별했다. 또한 이를 폴리믹신과 섞은 약물을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에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통해 약효를 입증했다.
류충민 박사는 “기존 약제와의 혼합처리를 통해 ‘최후의 항생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기술의 예시를 보여준 결과”라며 “이번 결과를 이용해 병원 내 감염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본사업과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쳐 사이언티픽 리포트 (Nature Scientific Reports)으 지난 6월 16일자(한국시간 6월 17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