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 16일 전화통화를 갖고 영·호주 FTA 협상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양측은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FTA 공식 협상을 처음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메이 총리는 아직 영국이 EU를 떠나지 않아 FTA를 공식적으로 비준할 수는 없지만 EU 탈퇴 후를 대비하기 위해 FTA를 체결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결정 후 영국이 처음으로 FTA 협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포스트 브렉시트’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앞으로 이어질 통상 협정에서 영국이 보다 나은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이 총리가 턴불 총리에게 탈퇴파에 속하는 리엄 폭스 국제통상장관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한 점은 ‘EU를 떠난 후 다른 나라와 무역 협상을 맺으면 된다’고 주장했던 탈퇴파가 ‘포스트 브렉시트’의 판을 짜는 데 적임이라는 자신의 판단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이 제기한 법인세 인하 발언에 대해 독일·프랑스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영국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오즈번 전 장관은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영국 이탈을 막기 위해 3일 법인세를 현 20%에서 15%로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탈퇴) 협상을 시작하는 데 좋은 방식은 아니다”라며 “영국이 EU에 남든, 나가든 우리는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법인세 경쟁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 후 금융권의 영국 이탈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이 영국의 법인세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메이 장관과 필립 해먼드 신임 재무장관이 이에 대한 응답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